“반전의 드라마를 만들자는 전당대회가 공멸로 가는 비상구처럼 보입니다.”
설 연휴 마지막날 만난 열린우리당의 한 당직자는 한숨부터 쉬었다. 당 의장 경선이 국민 관심을 끌어모으는 플러스 행사로 가는 게 아니라 상호비방으로 보기도 싫은 마이너스 행사로 전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싸움을 건 쪽은 이른바 당권파 책임론을 제기한 김근태 후보측. 그 동안 당을 정동영계가 장악했으니 당 위기의 책임을 정 후보가 져야 한다는 것이다. 압축된 선거구호로 상당한 효과를 거두었지만 사실 당권파 책임론은 근거가 약한 선전이었다.
전임 의장인 신기남 임채정 문희상 의원이나 이부영 전 의원 그 누구도 자신이 정동영계라고 하지 않고 일부는 정 후보와 적대적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당권파 책임론은 남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작은 모습으로 비쳐진다.
정 후보측도 마찬가지다. 감정적 대응으로 상호비방의 흐름에 일조했다는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정 후보 대변인인 정청래 의원은 설 직전인 27일 기자회견을 자청, “참을 만큼 참았다”며 김 후보측의 당권파 책임론을 네거티브 선거전략으로 비난한 뒤 “개혁은 입으로 하는 게 아니다”고 비아냥댔다.
두 후보가 당에 복귀했을 때만해도 모처럼 당에 활기가 돌았다. 양극화 해소를 위한 정책대결도 있었다. 하지만 날이 선 공방이 이제 금도를 넘어섰다는 느낌마저 든다. “상대후보의 장점을 A4용지에 써내라”는 유재건 임시의장의 외침은 초라해진 상태다.
냉정하게 말하면 지금 국민은 우리당 당권을 누가 차지하느냐에 그리 관심을 갖지 않고 있다. 더욱이 전당대회가 ‘자기들만의 싸움’으로 전락한다면 작은 관심마저도 사라질 것이다. 아직도 그들은 정신 차리지 못하고 있다.
정치부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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