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이하 현지시간) 미국에서 타계한 고 백남준씨 추모 열기가 뜨겁다.
거장의 영면과 예술혼을 기리기 위한 분향소가 마련됐다. 조문단이 구성돼 장례식에 참석하며, 7일에는 추모식도 열린다. 국공립 미술관을 중심으로 고인의 예술세계를 재조명하는 특별전시와 국제규모의 학술대회도 기획되고 있다.
미술계는 31일 경기 과천시 국립현대미술관 본관에 분향소를 설치, 조문객들을 맞고있다. 국립현대미술관과 경기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미술협회, 한국민족미술협회가 공동으로 마련한 분향소는 본관에 전시된 백씨의 작품 ‘다다익선’ 앞에 설치됐다.
분향소는 뉴욕에서 장례식이 열리는 3일까지 개방되며, 조문객에게는 미술관 입장료를 받지않는다. 또 유홍준 문화재청장과 ‘백남준 미술관’ 건립을 추진중인 경기문화재단의 송태호 대표와 최경한 추진위원장, 김홍희 위원 등이 조문단으로 장례식에 참석한다.
고인을 추모하는 특별전시도 마련된다. 경기문화재단은 추모식을 마치는 대로 2008년 미술관 개관 기념전으로 예정해놓았던 소장작품 전시회를 미리 열기로 결정했다. 재단은 백씨의 비디오아트와 레이저 작품 등 67점을 소장하고 있다.
재단 이재학 기획조정실장은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한시 바삐 전시회를 갖는 것이 옳다고 본다”며 “조문단이 뉴욕스튜디오와 이 문제를 협의하고 돌아오는 대로 전시회를 열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뉴욕스튜디오에서 백남준씨 작품 설치를 전담하는 기술자문 인사가 조문단과 함께 내한할 예정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본관 원형전시실에서 상설 전시중인 백남준전을 확대, 재오픈한다. 설치작 9점을 비롯, 사진 판화 드로잉 등 총 41점의 소장품 대부분을 상반기 내내 전시할 계획이다.
유족들도 대규모 기획전을 준비중이다. 고인의 조카로 대변인 역할을 해온 켄 하쿠다씨는 “구체적 일정을 잡을만한 경황은 없지만 내년에는 고인의 작품세계를 재조명하는 국제적인 전시를 열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제적인 학술세미나 개최도 추진되고 있다. 경기문화재단 백남준 미술관 건립추진위 관계자는 “국제적인 명성, 세계 미술계에 끼친 영향력에 비해 정작 백남준 예술에 대한 평가는 활발하지 못한 편”이라며 “국제적인 학술대회를 통해 한국에서 태어났으면서도 정작 한국에선 이해받지 못한 거장의 예술을 제대로 알려보자는 내부 논의가 활발하다”고 전했다.
경기문화재단은 현재 백씨의 작업 전 과정을 담아놓은 비디오 아카이브 2000장을 뉴욕스튜디오로부터 일괄 구입, 백남준 연구에 관한한 주도권을 쥔 상태다. 비디오 아카이브 구입은 미국 스미소니언박물관이 탐내던 것을 생전의 백씨가 한국측의 손을 들어줘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고인의 장례식은 3일 열릴 예정이며, 4일 화장된 고인의 유분은 한국, 독일, 뉴욕에 분산 안치된다. 켄 하쿠다씨는 “세계인이었던 고인은 약 20개국에 자신의 유분이 뿌려지길 희망했지만 형편상 한국과 독일, 뉴욕에만 보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내로 올 고인의 유분은 경기 용인시 기흥읍에 조성되는 백남준 미술관 부지에 매장된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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