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에 사는 이 모(67) 할아버지는 올해 설을 어느때보다 우울하게 보내야 했다. 기초생활수급자로 혼자 살고 있는 할아버지는 자식이 찾아오지 않는 것도 서러운데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생계비가 올해부터 3분의 2이상 줄어버렸기 때문이다.
“자식들을 16년 동안 한번도 만나지 못했어요. 서류상에는 나를 의무적으로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지만 사실 남남이나 다름 없습니다.”
이 할아버지가 올 1월부터 동사무소에서 지원 받는 생계비는 고작 3만 4,000원. 지난해 매달 10만 9,850원에 비해 엄청나게 줄어든 액수다.
이런 문제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자신을 부양해야 할 아들의 수입이 늘어나면서 발생했다. 2004년 9월 취직을 한 아들의 월급이 지난해 150만원에서 올해 190만원으로 오르면서 아들이 김 할아버지를 부양해야 할 금액이 2005년 11만 5,020원에서 올해 19만 8,375원으로 껑충 뛰어 오른 것이다.
“형편이 어려운 아들은 돈 한푼도 보내주지 않는데 생계비를 줄여버리면 어떻게 살라는 얘기입니까. 동사무소가 직접 아들한테 돈을 받아주든지 제발 대책 좀 마련해 주세요.”
하지만 관할 동사무소는 아들이 월급이 오르면서 부양할 능력이 충분히 있기 때문에 할아버지의 생계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 할아버지는 소득은 전혀 없지만 부양가족이 있어 기초생활수급자에서 제외되거나 해택을 적게 받는 대표적인 케이스가 된 셈이다.
이 할아버지는 2002년 5월 기초생활수급자로 인정 받은 후 한 달에 국민연금 12만 2,000원, 생계비 11만 5,020원, 노인연금 4만 5,000원, 서울시에서 보조해주는 위생비 1만원 등 총 29여만원을 받고 어렵게 생활하고 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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