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로 브랜드로 유명한 필립 모리스의 담배 가격인하 정책이 스페인 사람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미국계 다국적 담배기업인 필립 모리스는 지난 주 스페인 정부가 청소년 흡연을 줄이기 위해 담배세를 대폭 인상한데 맞서 현지 판매가격을 전격 인하했다. 필립 모리스는 세금 인상 후 말보로 1갑당 가격을 0.4유로(470원) 낮춘 2.35유로(2,785원)로 책정했다. 말보로와 경쟁하는 스페인 제품들은 정부를 존중해 가격을 올렸기 때문에 이미 스페인 시장점유율 1위인 말보로는 가장 싼 담배가 됐다.
스페인 정부는 당연히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스페인은 유럽에서 가장 느슨한 흡연 규제로 흡연자 천국이 돼 버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올초부터 사업장 내 흡연은 물론 일정 규모 이상의 술집, 음식점, 공공장소 흡연을 규제했다. 이어 담배세 인상을 야심차게 준비해왔다. 따라서 필립 모리스의 가격인하는 스페인 정부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스페인 소비자단체와 의료계도 발칵 뒤집혔고, 가격인하로 판매이익이 줄어든 담배 소매상들은 필립 모리스 제품 취급 거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담배 소매상 라우라 마르틴은 “국민들은 격분하고 있으며 나도 앞으로 말보로를 팔지 않겠다”고 말했다.
흡연자가 전체 인구의 30%에 달하는 스페인은 유럽에서 담뱃값이 싼 편이다. 말보로 1갑은 이탈리아에서 3.8유로(4,500원), 프랑스에서 5.0유로(5,920원), 영국에서 7.6 유로(9,000원)에 팔리고 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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