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상현 서울대 법대 교수가 26일 9년 임기의 상설 국제형사사법기관인 국제형사재판소(ICC) 재판관에 재선됐다. 송 교수는 2003년 ICC의 초대 재판관 선거에서 18명의 당선자 가운데 2위로 피선돼 3년 임기로 ICC 최종심인 상소심 재판부에 재직 중이다. 재판소의 소송서류전산화 시스템 구축을 위한 정보기술(IT) 추진위원장도 겸임하고 있다.
송 교수는 이날 유엔본부에서 열린 ICC 재판관 선거 1차 투표에서 당선에 필요한 유효투표수의 3분의 2 이상인 70개국의 지지를 얻어 가볍게 재선에 성공했다. 이 선거에는 모두 10개국의 후보가 나섰으며, 송 교수를 포함해 불가리아, 라트비아, 핀란드, 가나 등 6개국 후보가 당선됐다.
ICC 재판관은 2001년 초대 재판관을 선임할 당시 9년 임기의 재판관 전원이 동시에 교체될 경우 생길 수 있는 부작용에 대비해 초대 재판관 18명을 6명씩 세 그룹으로 나눠 임기를 3, 6, 9년으로 차등 구성해 놓았다. 이번 선거는 이에 따라 치러진 첫 선거다.
송 교수는 재선이 확정된 직후 “외교부를 비롯한 한국 정부 전체가 많은 도움을 줬다”며 “개인의 영예이기 이전에 세계 속에서 부쩍 위상이 높아진 한국의 국력이 반영된 결과이므로 국민 여러분께 영광을 돌린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또 “그 동안 영국과 미국에서 공부한 경험을 살려 법체계가 다른 나라들에서 온 재판관들 간의 문화적 차이를 조율하는 역할을 해왔다”며 “앞으로 ICC에서는 구속영장이 발부된 수단과 우간다 등 4개국의 반군지도자에 대한 처리 문제 등이 주요한 이슈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1962년과 1963년 각각 행정고시와 사법고시에 합격했으며, 미국 하버드 법대와 호주, 뉴질랜드 등지의 명문대학에서 한국법을 강의하는 등 국제 법학계에 한국법을 알리는 데 앞장서왔다.
ICC는 집단학살, 반인도적 범죄, 전쟁범죄 등 중대한 국제법을 위반한 개인을 처벌하기 위해 2002년 7월 1일에 설립된 최초의 상설 국제형사사법기관이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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