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초대합니다.”
근육에 힘이 빠지는 ‘척추성 근위축증’을 앓고 있는 신형진(23ㆍ연세대 컴퓨터공학부)씨는 최근 병상인 삼성서울병원에서 생각치 못한 초대장을 받았다.
발신인은 리언 러포트 주한미군사령관. “다음달 3일 용산 미군기지에서 열리는 이임식에 꼭 와 달라”는 내용이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엔 러포트 사령관의 부인 주디 여사가 신씨에게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냈다.
형진씨와 러포트 사령관의 인연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형진씨는 2004년 7월 아픈 몸을 이끌고 미국에 사는 외할머니의 팔순 잔치에 갔다가 기도가 막히고 폐렴에 걸리는 등 합병증이 찾아왔다.
두 달 넘게 응급실 신세를 졌지만 인공호흡기에 의지해야 하는 처지라 한국에 돌아올 방법이 없었다.
백방으로 방법을 찾던 형진씨 가족은 유재건 열린우리당 의장에게 알렸고, 유 의장은 다시 러포트 사령관을 통해 미군의 도움을 구했다.
보고를 받은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이 “사비라도 털겠다”며 흔쾌히 나섰고 덕분에 형진씨는 미군이 마련해 준 KC-10(최첨단환자수송기) 특별기 편으로 귀국했다.
러포트 사령관도 동승했다. 러포트 사령관은 지난해 한가위 때도 형진씨의 병실을 찾았다.
특별 초대를 받았지만 형진씨는 이임식에 참석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27일 어머니 이원옥(60)씨는 “기관지를 절개하고 산소호흡기를 달고 있어 외출은 힘들다”고 했다.
그러나 둘의 인연은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얼마 전 연세대 정창영 총장은 “러포트 사령관이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병문안을 오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어머니 이씨는 “형진이는 지금 말도 못하는 상태지만 고마운 마음일 것”이라고 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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