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휴가요? 우리는 그런 거 잊은 지 오래랍니다.”
27일 오후 경기 용인시 기흥읍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인근 경부고속도로에는 설 귀성전쟁이 벌써 시작됐지만 90만평이 넘는 공장에는 직원들이 작업에 열중하느라 여념이 없다. 메모리사업부의 이강훈(32)대리도 예외는 아니다. 말할 틈도 없다는 이 대리는 “현재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낸드 플래시와 D램의 주문이 밀려 있어 생산 라인가동을 중단할 수 없다”며 “하지만 이 곳에서 만들어지는 낸드 플래시 생산량이 전세계의 60%, D램이 30%를 차지하는 만큼 휴일을 반납한 직원들의 자부심이 대단하다”고 말한다.
이 곳의 연구원들도 휴일을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반도체총괄 메모리사업부 차세대 연구팀 장영관(38) 책임연구원은 “설 연휴에도 연구는 물론 생산공정을 계속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자리를 뜰 수 없어 고향인 청주에 있는 동생에게 차례를 부탁했다”며 “어렵게 확보한 세계 최강의 경쟁력을 다른 회사에 넘겨줄 수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한다.
전화번호를 안내하는 ‘114’ 상담원들도 설 연휴를 잊은 지 오래다. 서울, 경기, 강원 지역의 전화번호 안내를 맡은 한국인포서비스(KOIS)와 충청, 전라, 경상, 제주 지역을 담당하는 한국인포데이타(KOID)의 상담원들은 설 연휴기간 내내 정상 근무한다. KOID는 전국 7개 지역본부에서 근무하는 4,000여명의 상담원이 낮 뿐만 아니라 심야까지 24시간 자리를 지킬 예정이다. 임원들의 발길 또한 덩달아 바쁘다. 이달 초 취임한 박종수 KOID 사장은 연휴 기간 지역본부를 돌며 간식거리를 사주는 등 상담원들을 격려할 예정이다. 일부 임원들은 박 사장과 함께 지역본부를 순회할 예정이며 지역 본부장들 또한 상담원들의 근무 점검차 연휴 기간 자리를 비우기 어려운 실정이다.
유선 및 이동통신업체들은 설 연휴기간 정상적인 통신서비스를 위해 비상 근무에 돌입했다. KT는 2,130만명의 유선 전화 가입자들과 600여만명의 초고속 인터넷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주요 무인 운영시설에 별도 근무자를 배치할 계획이다. 데이콤은 27일부터 네트워크 통제팀을 중심으로 160여명이 투입된 비상대책반을 운영한다. 이들은 하루 2교대로 돌아가며 유선통신 서비스를 점검할 계획이다.
한창만기자 cmhan@hk.co.kr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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