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본드도 탐냈을 법한 최첨단 통신기기가 모스크바에 있었네.’
러시아가 최근 “영국 스파이 장비”라며 공개한 바위 모양의 데이터 무선 송수신 장비가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로 알려져 또 다른 화제를 낳고 있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세르게이 이그나첸코 대변인은 27일 러시아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영국 스파이들이 사용한 통신 기기는 우주 기술에 버금가는 기능을 내포하고 있다”라며 “이 같은 장비 개발에는 수백만 달러의 자금과 전문 연구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영국 대사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정부 차원의 스파이 장비 개발이 이뤄졌음을 암시하는 언급이다.
22일 러시아 정부가 영국 스파이로 지목한 남성이 모스크바 거리에서 바위 모양 통신 기기를 몇 차례 건드린 후 집어 가는 모습이 방영되면서 냉전 시대를 연상케 하는 ‘스파이 공방’이 세계의 이목을 끌기 시작했다.
이 장비는 영국측 스파이가 획득한 주요 정보를 무선 통신을 통해 전달하면 영국 대사관측 인사가 PDA(개인 휴대용 정보단말기)와 유사한 초소형 컴퓨터로 이를 다운로드 해가도록 한 저장 매체다.
FSB 조사 결과 이 장비에는 통신 기술 외 ‘007 시리즈’에서나 나올 법한 기이한 기능들이 집적돼 있다.
9층 높이에서 떨어뜨려도 끄떡없을 정도의 다단계 충격 흡수 장치가 내장돼 있을 뿐 아니라 장시간 수중 잠수도 가능하다.
20㎙ 거리에서 대용량 데이터를 수초 안에 주고 받을 수 있게 한 초고속 무선통신 기술도 FSB를 놀라게 했다.
해킹은 불가능하지만 장애물에 약한 적외선 통신과 데이터 전송은 빠르나 보안이 취약한 와이파이(Wi_Fiㆍ무선 네트워크 표준)의 장점을 교묘히 결합했다.
BBC는 “어떤 방식이 사용됐건 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데이터를 보내는 데는 많은 양의 전력이 필요하다”며 “수시로 배터리를 갈기가 불가능한 상황인 만큼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대용량 전원 저장 기술이 동원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1994년 모든 스파이 활동을 중단키로 합의한 영국과 러시아가 아직도 정보를 캐내기 위한 스파이 활동에 열을 올리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가 새삼스럽게 영국의 스파이 활동을 대대적으로 비난하고 나선 데는 영국 정부가 러시아 정부에 반대하는 시민단체에 자금을 대고 있다는 불만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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