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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경주발전, 철학 논의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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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경주발전, 철학 논의부터

입력
2006.01.2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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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월성 원전 근처에 중ㆍ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이 들어서게 됨에 따른 경제적 혜택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 경주시 안에는 지금 이를 둘러싼 보이지 않는 지역간 경쟁이 있다.

문제는 다음과 같다. 포상금 3,000억원을 어떻게 쓸 것인가? 양성자가속기를 어디에 설치할 것인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본부를 어디에 세울 것인가? 연간 반입비 80억원을 경주가 쓴다면 어떻게 쓸 것인가?

한수원 본부를 폐기물 처분장 근처에 두어야 한다는 주장은 월성원전 주변 주민들의 것이다. 현 경주시장이 그들에게 구두로 약속한 사항이다. 수중왕릉이 있고, 감은사 탑이 서 있는 역사보전지구, 국립공원에 한수원이 들어설 공간이 있는지 궁금하다. 한수원이 들어설 공간, 직원들이 살 주택, 직원 자녀가 다닐 학교, 도로를 낼 공간이 있는지 궁금하다.

경주시는 건천을 새로운 경주의 발전지대로 장기계획에 정해놓고 있다. KTX역사가 들어서고, 3만~5만 인구가 들어와 살 신도시의 꿈이 한수원 본부와 양성자가속기 연구소와 관련 산업을 흡수할만하다. 건천으로 신도시를 집중시킬 것인가, 한수원과 과학시설을 분산 배치할 것인가에 대한 도시발전 철학 논의가 먼저 있어야 한다.

경주 중심가에 한수원이 들어서고, 양성자가속기가 포항과의 경계선에 가까운 안강지역에 양성자가속기가 들어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시민들은 그 나름대로 지역이기주의자들이다. 작은 지역이기주의자들이다. 안강지역 사람들은 그들이 소외되어 왔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포항공대가 양성자가속기 운영에 가장 큰 참여자이기 때문에 안강이 최적지라고 주장한다.

경주는 소외되어 왔다. 보문관광단지도 벚꽃이 피는 4월 한 달 반짝하고 만다. 경주는 황남빵이나 경주빵을 팔아서 사는 재정자립도 35%의 가난한 도시다. 그래서 경주를 새로운 과학ㆍ에너지 도시로 키워야 한다.

한수원과 양성자가속기가 경주 어디로 가는냐는 문제는 경주 밖의 사람들에게는 큰 관심사가 아니다. 천년고도를 훼손하지 않으면 된다. 그러나 경주 안의 사람들에는 심각한 문제다. 밖의 사람인 필자는 건천으로 간다면 거기서 나오는 세입을 월성과 안강으로 가져가도록 하면 된다고 본다. 건천의 부동산세율을 높이고 소득세, 판매세를 월성과 안강으로 가져가면 된다.

포상금 3,000억원은 큰돈이 아니라는 경주시의 한 관리를 만났다. 경주 연간 예산의 70%에 해당하는 돈인데, 그 돈으로는 숙원사업인 황룡사 복원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 돈을 그렇다고 경주시의 일반세입으로 편입해서 쓴다면 그 막대한 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제발 그 돈이 경주라는 역사도시에 맞게 쓰여야 한다. 필자는 그 돈이 모자라면 문화공보부의 예산, 국민의 모금운동으로 황룡사 복원을 추진해야 한다고 믿는다. 경주역사도시를 위해 그 돈이 묶여있는 사유지 매입으로 쓰여야 한다고 경주시의 한 관리는 말한다. 어느 선택이 현명한가?

경주의 이웃인 울산시가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의 가장 가까운 도시로써 경주가 갖는 혜택을 나누자고 제안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에 올라와 있는 갈등사례다. 그러나 경주도 그 혜택을 독점해서는 안 된다. 울산은 신흥 공업도시, 경주와 얼마나 나눌 것이 있는지 도시재정을 비교해야 할 것이다.

미국에서는 반입비가 유일한 혜택인데 경주는 산타클로스의 선물을 가득 받았으니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 선물을 나누는 일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최연홍 서울시립대 도시과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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