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고법 판결로 고엽제에 노출돼 질병을 앓고 있는 베트남전 참전용사들이 고엽제 제조회사로부터 피해 배상을 받을 길이 열렸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피고가 미국에 본사가 있는 제조사들이어서 실제 배상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며, 배상 절차를 두고도 논란이 예상된다.
확정 판결 후 외국 회사가 배상을 거부한다면 그 회사가 국내에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국내에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예금 등에 대해 법적으로 강제집행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이 국내에 재산이 없다면 회사의 본사가 있는 나라의 법원에 국내 판결을 제출하고 심리를 거쳐야 한다. 심리를 통해 회사의 책임이 그 나라 법정에서 다시 승인돼야만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이번 사건의 경우 한국다우케미컬과 몬산토코리아라는 회사가 국내에 있지만 이들은 다우케미컬, 몬산토 미국 본사가 출자해서 만든 별도 회사로 지사가 아니기 때문에 소송의 당사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항소심대로 확정판결이 난 후 다우케미컬, 몬산토가 배상을 거부한다면 사정은 복잡해진다. 원고 측에서 소송 전 이들 회사가 국내에 갖고 있는 특허권에 대해 가압류를 신청해 놓았지만 특허권의 가치가 배상액 630억원에 이를지 확실치 않다.
특허권을 처분해도 배상금 전액을 못 받는다면 미국 법원에 집행 신청을 해야 하지만 미국 법원이 외국 법률을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지 않고, 고엽제 제조사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전례가 없는 탓에 배상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이번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고 고엽제 제조사가 배상 의사를 밝힌다면 베트남전 참전 후 고엽제 후유증을 앓고 있는 사람 가운데 상당수가 소송을 통해 배상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국가보훈처가 13개 고엽제 후유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인정한 참전용사와 가족은 2만5,723명에 달한다.
이번 소송에 참가해 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된 사람이 6,795명이므로 최대 1만9,000여명이 다우케미컬과 몬산토를 상대로 동일한 소송을 낼 경우 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또 앞으로 소송 과정에서 이번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은 질병에 대해 의학계가 상당히 진척된 연구결과를 내놓는다면 추가로 배상을 받을 수 있는 환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박상진 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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