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최광식 경찰청 차장이 돌연 명예퇴직을 신청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일선경찰서는 충격 속에서 밤새 술렁댔다.
서울 일선서의 한 중견 간부는 “국민 앞에 경찰 꼴이 우습게 됐다”며 “검찰 앞에 꼬리 내리는 경찰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이젠 지긋지긋하다”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장기간에 걸친 경찰청장의 공백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한 경위는 “차장마저 그만두면 도대체 경찰은 어떻게 되느냐”며 “정치권에서 하루 빨리 경찰청장을 정식 임명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검찰은 최 차장의 행동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국가인권위원회 제소를 포함, 법적 대응 운운하던 최 차장이 불과 이틀 만에 급선회한 것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최 차장의 이틀 전 기자회견 이후 수사팀에서 특별한 행동을 취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최 차장이 돌연 태도를 바꾼 데에 검찰 수사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검찰은 이날도 “법 절차에 따라 수사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어떤 형식을 취했든 경찰총수가 실질적으로 사퇴하는 데까지 사태가 이어진 것에 대해 검찰 일각에서는 “가뜩이나 민감한 검ㆍ경 관계의 골을 더 깊게 만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현직 경찰총장 직무대행의 소환이라는 부담을 덜게 돼 훨씬 편하게 수사를 할 수 있게 됐다는 관측도 있다. 수사팀의 한 관계자도 “경찰 내부에서 많은 의논을 통해 (최 차장이) 명예로운 결정을 한 것 같다”고 말해 최 차장 수사에 상당한 자신감을 갖고 있음을 나타냈다.
안형영기자 prometheus@hk.co.kr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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