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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통령 연설이나 야당대표 회견이나

입력
2006.01.26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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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어제 새해 기자회견을 했다. 국정 현안에 대한 입장을 두루 밝히고 있으나 대부분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비판과 반박에 집중된 내용이다.

가장 큰 문제인 양극화의 해법에 대해 박 대표는 감세정책을 대안으로 내세우며 노 대통령의 재정확대 방안에 대한 반대를 분명히 했다. 그리고 “어느 길이 올바른 길인지 당당히 밝히고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또한 ‘큰 정부냐, 작은 정부냐’에 관한 정부관, 사학법 개정, 북한문제 등에 대해서도 현 정부의 입장과 대립했다.

대통령과 제1 야당의 정견이 이처럼 선명하게 갈린 이상 어느 쪽이 옳으냐에 대한 판단과 선택은 국민에게 달려 있다. 정권에 대한 견제와 비판은 야당의 가장 중요한 임무이자 역할이라는 점에서 박 대표의 회견에 나름의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박 대표가 집권층과는 다른, 독자적이고 창의적인 희망과 비전을 제시했느냐 하면 그렇다고 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과 실망이 결코 작지 않다.

박 대표 회견은 국정 책임자로서 애매한 태도로 일관한 전날 노 대통령의 새해 회견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박 대표의 주장대로라면 국정은 총체적으로 파탄 상태이고, 국민은 도탄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야당의 시국인식이 그 정도로 심각하다면 박 대표의 메시지는 구체적 정책 하나 하나를 물고 늘어지는 소승적(小乘的) 차원을 넘어 또 다른 무엇인가를 담아야 했다.

20%대의 지지도가 말하듯 대통령에 대한 불만은 매우 폭넓고 깊다. 누가 됐든 다수 국민을 아우르는 따뜻하고 넉넉한 지도력에 대한 요구가 그만큼 커져 있는 상태임을 말한다. 당파정치에서 이를 담당할 현실적 세력은 바로 야당이지만 박 대표의 회견은 국민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과 야당이 저마다 국민의 기대에 미달하는 상황은 모두의 불행이다. 그나마 박 대표가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는 사학법 개정 반대투쟁에 열중하는 장외정치를 과감히 접고 야당의 생산적 책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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