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25일 기자회견에서 세금을 올리지 않고 복지재원을 조달하겠다고 밝힌 것은 증세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일이지만, 다시 한번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에 실망을 금할수 없게 한다.
불쑥 문제를 제기했다가 여론이 좋지 않으면 없었던 일로 하자는 식의 행태가 반복되면서 국가최고지도자로서 대통령의 권위와 진실성이 자꾸 훼손되는 것이 안타깝다.
사회적 양극화 해소는 18일의 TV신년연설에서 핵심 주제였고, 노 대통령은 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불과 1주일 만에 그 근본적 해결책을 포기하겠다고 말을 뒤집은 셈이니, “국민 여론을 기꺼이 수용했다”는 박수보다 “이래서야 대통령의 말을 어떻게 믿겠느냐”는 질책이 앞서는 것은 당연하다.
심지어 “지금은 증세 논쟁을 할 때가 아니라 감세 주장의 타당성을 따져보아야 할 때”라는 발언에서는 결국 증세 문제가 한나라당의 감세 주장을 잠재우기 위한 맞불이었나 하는 의구심까지 갖게 한다.
사실 증세나 세원확대나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점에서 국민들에게는 아무런 차이가 없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일률적으로 세금을 인상하거나 목적세를 신설하지 않는다는 의미일 뿐이다. 증세 대신 추진하겠다는 세원 확대방안을 보더라도 그렇다.
정부는 2010년까지 복지예산에 추가로 소요될 10조원 중 3조9,000억원은 비과세 및 조세감면의 폐지 및 축소를 통해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경우 감면을 받던 사람들은 안 내던 세금을 내야 한다.
특히 지난해 조세감면액 19조9,000억원 가운데 7조7,000억원이 근로자 소득공제였고 3조원이 농어민 기름값 감면이라는 점에서 피해자는 정부가 보호하겠다는 저소득층이나 지금도 과중한 세부담을 지고 있는 봉급생활자가 될 수도 있다.
게다가 정부가 더 은밀하고 더 폭넓게 세금 쥐어짜기에 나설 개연성이 우려되며 그런 증후들도 나타나고 있다. 증세가 아니라면 어떻게, 누구에게서 세금을 더 걷을 것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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