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리에 다카후미(堀江貴文ㆍ33) 라이브도어 사장이 촉망 받는 ‘시대의 총아’에서 ‘사기꾼’으로 급락했다.
주가조작과 분식회계 등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23일 밤 도쿄(東京)지검 특수부에 전격 체포된 호리에 사장은 24일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함께 체포된 회사 간부 3명은 혐의 사실을 대체로 인정하고 있고, 검찰도 범죄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호리에 사장 체포 즉시 경영이 마비상태에 빠지는 등 라이브도어 그룹은 붕괴 위기를 맞고 있어 상황은 더욱 절망적이다.
호리에 사장은 평소 법을 어기지 않는 한도 내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벌겠다고 공언해 왔다. 30대의 젊은 나이에 “돈이면 살 수 없는 것이 없다”고 단언해 파문을 일으켰던 그는 각종 규제와 제도, 법률의 허점을 노리는 방식으로 라이브도어를 급성장시켰다. 1996년 자본금 600만엔으로 시작한 회사를 불과 6년 만에 7,300억엔 규모의 대그룹으로 키워내 ‘호리에 몬 연금술’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일본의 기업풍토에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신종 수법으로 굴지의 민간 방송사를 손에 넣으려고 하는 등 그가 보여 준 다양한 돌출 행위는 사회적인 찬반 논쟁을 촉발하며 ‘호리에 몬’현상을 만들기도 했다. ‘호리에 몬(門)’은 라이브도어의 도어(door)를 따붙인 것으로 호리에 사장의 별명이다.
그러나 검찰 수사 결과 그것은 연금술이 아니라 사기술이었음이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호리에 몬’식 경영의 실체는 우선 그룹의 시가 총액을 부풀린 뒤 주식교환과 자사주식 담보 대출 등으로 다른 기업을 사들이는 것이다. 자사 주식과 사들인 기업의 주식 가격을 올리기 위해 주식분할과 허위공시, 분식회계 등을 일삼았다. 호리에 사장 자신의 기인 행각도 기업 지명도를 높이는 데 커다란 역할을 했다.
허망함 마저 느끼게 하는 ‘호리에 몬’충격으로 일본 사회는 동요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국민들은 한때 희망으로 여겼던 젊은 기업가의 몰락을 씁쓸하게 바라보고 있다. 지난해 총선에서 호리에 사장을 공천해 새 바람을 일으키는데 성공했던 집권 자민당도 전전긍긍하는 등 정치적으로도 민감하게 작용하고 있다. 경제계는 이번 사태가 일본 경제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것이라고 걱정이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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