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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美 PSI 참여 압박에 사실상 손들어

입력
2006.01.25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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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살상무기(WMD) 확산방지를 위한 구상(PSI) 수용’,‘ WMD확산 주범의 재정적 고립 동참’

미국이 최근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한국에 요청한 사항이다. 대북 포용정책을 견지해온 정부는 그 동안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이를 받아들이기 보다는 유보적 자세를 취해왔었다.

하지만 최근 미국과의 협상과정에서 나타난 결과를 살펴보면 정부의 스탠스에 큰 변화가 감지된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수용에 이어 PSI 부분 참여 등 미국의 요구사항이 상당부분 반영됐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은 24일 “정부의 PSI 참여는 참여정부 외교안보정책의 근간을 뒤흔드는 행위”라며 “단순한 우회전이 아니라 ‘U턴’에 가까운 행위”라고 비판했다.

물론 정부측 입장은 다르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수용은 미군 이동 시 한국 정부의 동의를 조건으로 달았고, PSI 부분 참여도 국제적 관심사에 대해 성의를 표한 수준일 뿐”는 것이다.

하지만 상황은 정부 설명 대로 간단해 보이지 않는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수용은 중국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PSI는 북한을 자극할 개연성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 같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미국 정부의 강한 압력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미국 정부는 최근 북한과 이란의 핵 문제가 불거지면서 WMD확산을 막기 위한 군사적 조치와 함께 돈줄까지 죄는 전방위 전략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북한의 위폐 문제까지 드러나자 압박 강도를 더욱 높이면서 한국 정부에게까지 갖가지 요구를 내놓고 있다는 얘기다.

미 대사관이 이날 “대니얼 글래이저 미 재무부 테러자금 및 금융범죄 담당 부차관보가 북한을 명시하면서 WMD 확산 주범의 재정적 고립에 한국의 동참을 요청했다”는 이례적 보도자료를 낸 것도 이런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위폐 문제에 관한 한 타협은 있을 수 없다는 미 정부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때문에 한국과 중국 정부의 중재로 희망을 보였던 6자회담 재개 전망도 불투명해졌다는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정부 당국자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PSI구상 수용, 미 재무부 금융범죄조사단 방한이 같은 시기에 이뤄져 우리 정부의 입장 변화로 비춰지고 있을 따름”이라며 “글래이저 부차관보는 위폐 문제를 조사하는 재무부 생각을 대변하는 것이지 미 정부의 입장은 아니다”고 이 같은 시각을 부인했다.

권혁범 기자 hbkwon@hk.co.kr

● PSI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ㆍProliferation Security Initiative)은 대 테러 전쟁을 위해 불법무기와 대량살상무기를 운반하거나, 운반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항공기나 선박을 압수 수색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2003년 5월 미국의 주도로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호주, 네덜란드, 일본 등 11개국이 참여해 발족했다.

PSI는 공해상이라도 테러와 관련이 있다고 의심될 경우 수색할 수 있기 때문에 국제법상 공해 통항의 자유를 제한하는 초법적 구상이라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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