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가깝고도 먼 이웃’ 캐나다에서 반미를 앞세워 12년 간 집권해온 자유당이 23일(현지시간) 열리는 총선에서 보수당에게 정권을 내줄 것으로 보인다.
22일 캐나다 CTV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스티븐 하퍼(사진)가 이끄는 보수당이 37%의 지지를 얻어 폴 마틴 총리의 자유당(27%)을 10% 포인트 이상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자유당에 대한 지지가 급락한 데는 지난해 터져 나온 부패 스캔들이 결정타가 됐다. 1990년대 말 자유당 관계자들이 수천만 달러의 공공기금을 낭비하고 뇌물까지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지난해 11월 의회는 내각 불신임안을 통과시켰다.
자유당의 노골적인 반미 전략이 역풍을 맞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선거 때마다 천편일률적으로 들고나온 집권당의 반미구호가 유권자를 질리게 했다는 것이다.
미국과 4,000여㎞의 광활한 국경을 맞대고 있는 캐나다는 경제, 안보적으로 미국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지만 정치적으로는 반미 정서를 적지않다. 자유당 집권 중 캐나다는 미국의 이라크 파병 및 미사일방어(MD) 시스템 참여를 거부했고 미국이 반대하는 교토 의정서에는 적극 동참하는 등 미국과 대립각을 세워왔다.
마틴 총리는 막바지 유세에서 “하퍼가 집권하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미소를 지을 것”이라며 반미 정서를 부추기는데 안간힘을 썼으나 역부족이었다.
자유당의 공세에 하퍼는 성장이라는 전통 가치에 분배에도 관심을 갖는 ‘온건한 보수’ 전략으로 표심을 파고들고 있다. 자유당 정부에서 허용됐던 낙태 및 동성결혼에 대해서는 ‘낙태는 허용하되 동성결혼은 반대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예상대로라면 자유당은 1867년 캐나다 독립 이후 가장 지지율을 얻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보수당 역시 승리하더라도 과반수 의석 확보는 힘들다는 분석이다. 차기 총리가 친미_반미, 영국 혈통_프랑스 혈통, 도시_농촌이 묘하게 뒤섞여 갈등을 빚고 있는 국론을 어떻게 조화시킬 지 관심거리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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