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잡지 뉴스위크가 최신호(30일자)에서 ‘남학생의 위기’(The Boy Crisis)를 커버스토리로 다뤘다. 미국에서 남녀의 지적 차이는 언제나 뜨거운 이슈였지만, 이제 거의 모든 교육 영역에서 남학생이 여학생에 뒤처지는 현상을 이 잡지는 ‘위기’라고 보았다.
1970년대만 해도 지진아는 여학생들이었다. 그러나 미 정부가 연방법까지 만들어 재정지원과 교내 남녀 기회 균등 등을 보장한 뒤 90년대 들어 상황은 반전되기 시작했다. 초등학교에서 남학생의 학습장애는 여학생의 두 배다. 고교에서 남학생의 글쓰기 능력은 한참 떨어진다. 학교에 거부감을 갖는 남학생은 1980~2001년 71% 증가했다. 대학의 남학생 비율은 30년 전 58%에서 지금은 44%로 줄었다.
원인으로는 우선 지난 20년간 질보다는 양, 좁은 의미의 성공에 사로잡힌 근시안적 교육이 지적된다. 생물ㆍ심리학적으로 여학생과 다른 남학생에 맞는 교육이 이뤄지지 않은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일부에선 페미니즘을 공격한다. 페미니스트들은 생물학적 남녀 차이를 호르몬이 아닌 사회화의 결과로 치부했다. 또 여학생들이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며 이들에게 관심과 주의를 더 기울이도록 요구했다. 그 반작용으로 남학생의 학업성취도가 낮아졌다는 얘기다.
뉴스위크는 생물학적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교육방법에 초점을 맞춰 분석했다. 자녀성공에 집착하는 부모들 탓에 교육평가 방법은 성적위주로 단순화됐다. 교육은 경직화하고 ‘소년의 뇌’를 계발하는 체육 등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남학생의 위기는 5살 유치원부터 시작된다. 이 시기 여아는 말하기와 읽기에서 남아를 앞서고, 남아는 충동적이고 산만하다. 이런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차분하게 앉아서 말하는 것을 강조하는 유치원에서 남아의 부적응은 당연해진다.
‘카인 양육’의 공동저자 마이클 톰슨은 “여아의 행동이 황금률이 되고 남아는 ‘장애 여아’로 취급된다”고 비판했다. 이런 추이는 중학교까지 계속되는데, 이 시기 여학생의 성적 성숙은 남학생보다 2년이나 앞선다.
남학생의 위기를 가져온 후천적 요인은 가정 내 남성 즉 아버지의 존재. 높은 이혼율과 싱글 맘의 가정형태는 아버지 없는 소년들을 양산했다. 미국의 소년 가운데 40%가 친아버지가 없이 자란다.
심리학자들은 아버지가 없는 사춘기 소년을 ‘지도 없는 탐험가’에 비유한다. 흑인 고교생의 절반 이상이 졸업을 하지 못하는데 이것도 아버지 모델의 부재 탓으로 지적된다. 가정치료전문가 마이클 구리안은 “사춘기 소년에게 아버지로 대표되는 성인 남성은 자기절제와 성실성의 준거이자 학교 교육의 중요성을 각인시키는 존재”라고 강조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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