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의 노령화는 산업현장에서 피부로 느껴진다. 정년을 채우는 근로자는 늘어나는 반면 신규인력의 채용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이는 기업들이 IMF를 전후해 몇 년간 신입사업을 뽑지 않거나, 크게 줄이는 바람에 나타난 측면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자동화ㆍ기계화 등으로 산업현장이 고도화하고 있는 점을 주요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한번 뽑으면 해를 사실상 해고를 어렵게 만드는 노사관계 때문에 기업들이 신규채용을 꺼리는 점도 고령화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어쨌든 생산현장의 고령화는 숙련공 증가 및 전문성의 향상 등 장점도 없지 않지만, 일터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조직의 기형화를 초래하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현대중공업 생산직 근로자의 평균 연령은 43세다. 10년 전에 비해 10세, 5년전에 비해 2세 가량 늘어났다.
중공업 관계자는 “지난해 매출이 10조6,000억원으로 10년전(매출 4조6,000억원)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지만 고용인력은 10년전과 똑같은 2만6,000여명”이라며 “가장 큰 원인은 작업공정의 자동화 등으로 인력충원이 필요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공업측은 퇴직인력 만큼만 연간 550명(사무직 생산직 포함) 정도를 신규 채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의 경우 생산직 근로자는 평균 연령이 42세. 직원 2만명에 매출액 25조의 세계적인 회사지만 연간 신규인력 고용규모(생산직 포함)은 300명선이다. IMF이후 2년간은 한 명도 뽑지 않았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시장에서는 성장이 멈춘 상태이기 때문에 인도와 동남아 등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새 프로젝트 개발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며 “ 영어능력 등이 좋은 신입사원은 이런 분야에 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대기업의 사정도 비슷하다. GM대우의 경우 30대(42%)가 40대(40%)보다 조금 많지만, 현대 모비스의 평균 연령은 40세, 현대 자동차의 경우는 39.8세다.
일의 노하우와 근로의욕을 아울러 갖춘 40대가 노동의 주력군으로 등장한 것을 마냥 부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
포스코 관계자는 “산업현장을 잘 알고 다양한 기술과 공법에 정통하기 때문에 고부가 가치의 제품 생산에 큰 도움이 된다”며 “이들은 포스코가 자동차 강판 등 고급강 생산에 주력할 수 있는 강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고로 공법보다 우수한 포스코 특유의 파이넥스 공법을 개발한 것도 이들이라는 게 회사측 설명.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대부분의 업무가 매뉴얼화ㆍ기계화된 상태에서 고령화는 생산성 향상보다는 보수적인 직장 문화 및 경쟁력 약화로 연결될 수 있다. 지난해 700명의 신규인력을 뽑인 LG화학 관계자는 “고령화될수록 중간 관리자층이 많아지고 조직의 역동성과 신진대사가 떨어진 것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GM대우의 인사 담당자는 “20대나 30대보다 근속 연수가 상대적으로 긴 40대들은 작업 숙련도가 우수하지만 체력이나 적극성에서는 젊은이들에 비해 많이 뒤진다”고 평했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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