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수입 재금지로 일본 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어처구니없는 검사 실태가 드러난 미국 정부에 대해서는 물론, 미국에의 정치적 배려에서 금수 해제를 서둘러 강행한 일본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증폭되는 양상이다.
미국산 쇠고기는 2003년 12월 일본 정부의 금수 조치 이후 2년 만인 지난달부터 수입이 재개됐다.
일본 에 강한 압력을 넣는 등 수입재개를 위해 총력을 기울였던 미국은 확실한 검사를 통해 광우병(BSE) 위험 부위가 포함되지 않은 고기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하며 금수를 철회시키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지난 20일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일본측의 육안검사에서 위험부위가 발견됨에 따라 이 같은 미국의 약속은 구두선이 됐다.
‘라이브도어 사태’와 ‘내진(耐震) 설계 불법 변경 파문’ 등 최근 악재가 겹치고 있는 일본 정부와 여당은 이번 사태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수입재개가 시기상조라는 여론을 무시하고 미국에 선물을 주는 식으로 서둘러 금수를 철회한 일본 정부는 자칫 국민의 식생활에 불안을 안겨준 주범으로 몰릴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이 때문에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즉각적인 전면 수입재금지 조치를 내리는 등 신속하고도 강경한 태도를 연출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도 일본을 방문 중인 로버트 졸릭 미국 국무부 부장관에게 항의하겠다고 밝히는 등 일본 고위층은 미국에게 따질 것은 분명히 따지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야당은 이 같은 정부 여당에 대한 비판에 열을 올리고 있다.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민주당 대표는 “미국의 요구에 졸속으로 대응한 결과라고 밖에 할 수 없다”며 국회에서 정치쟁점화할 뜻을 분명히 했다.
언론도 “수입재개 전 일본 정부의 미국 사찰단은 무엇을 점검한 것인가”,“일본 정부가 국민의 안전을 경시하고 있다”는 국민의 울분을 그대로 전하며 정부를 겨냥했다.
미국측은 “일본의 재금수 조치를 이해한다”면서도 23일 농무부 대표를 일본에 급파하는 등 이른 시간 안에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외무성 장관은 21일 “미국의 검사체제가 허술하다는 게 분명히 드러났다”며 재금수 조치가 장기화할 가능성을 내비쳐 쇠고기 문제가 다시 미일 간에 불씨로 등장했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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