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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할아버지의 괘종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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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할아버지의 괘종시계

입력
2006.01.2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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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어디 가서 괘종 시계를 보면 내 어린 시절 우리집 안방에 걸려 있던 시계가 생각난다. 요즘은 모든 괘종 시계가 건전지를 넣어 사용하는 전지식이다. 태엽을 감아 그 힘으로 가는 진자 시계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 어릴 때는 괘종 시계 하면 모두 태엽을 감아서 가는 진자시계였다.

지금도 아주 고가의 그런 진자 시계가 생산되고 반 년이나 계절별로 한 번 태엽을 감아준 다는데, 그때는 사흘에한번쯤 태엽을 감아야 했다. 우리는 그걸 밥을 준다고 했다. 식구들이 부지런하지 않으면 시계도 자주 밥을 굶고 멈춰 섰다. 어릴 때 집에 있던 시계 역시 그랬다.

할아버지가 육이오 때 어느 피난민에게 쌀 두말을 주고 산 시계라고 했다. 그 시계는 우리집에 30년동안 있었다. 할아버지가그시계의 괘종소리를 좋아해 누구도 바꿀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다음 그 무렵 막 쏟아져 나온 건전지를 넣는 신식 괘종 시계에 밀려 어디로 사라졌는지도 모르게 사라지고 말았다.

누군가 신식 괘종 시계를 그 자리에 걸어주고 가져가 버렸다는데, 다시 많은 시간이 지나면서 버린 것이 아깝고 그리워지는 물건들은 바로 그런 것들이다.

이순원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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