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두뇌’이자 ‘최측근 정치참모’인 백악관의 칼 로브 비서실 차장이 20일(현지시간) 다시 입을 열었다. 그가 권력의 핵심임에도 불구, 지난 수개월간 외부노출을 자제한 것은 CIA 비밀요원 신분누설 사건인 이른바 ‘리크 게이트’에 연루됐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특별검사의 조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런 그가 어디서 무슨 자신감을 얻어 이날 공화당 전국위에 참석, 열변을 토했는지 자체가 우선 의아스럽다. 그러나 더욱 고개를 가로 젓게 만든 것은 그가 11월 중간선거 승리의 열쇠라며 내놓은 선거전략이다.
로브의 전략은 ‘이라크전을 반대하는 민주당을 겁쟁이로 공격하기’ ‘영장없는 비밀도청의 정당성을 막무가내로 주장하기’ ‘대법원을 보수색깔로 물들이기’ 등이었다. 그는 민주당을 ‘도망치는 세력’으로 몰아 맹렬하고 가차없이 공격할 것을 주문했다.
공화당과 민주당의 갈등, 공화당 지지자와 민주당 지지자가 반목하는 틈을 최대한 증폭시키라는 주문이다. 편을 확연히 갈라 보수층을 결집시켜야, 즉 ‘우리 편끼리 똘똘 뭉쳐야’ 선거에 이길 수 있다는 발상이다. 인권문제, 일방주의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나 선거 과정에서 미 국민들이 찢겨져 받게 될 상처 따위는 안중에 없었다.
부시는 로브의 머리를 빌리고 있고 거센 해임 압력에도 여전히 그를 백악관에 두고 있다. 부시는 2005년 1월 재선 임기를 시작하면서 한국 지도자들도 흔히 선거 후에 약속하듯 국민을 통합시키겠다고 했다.
하지만 국가경영을 선거운동처럼 한 부시의 약속은 점점 더 빈말이 돼가고 있다. 보수든, 진보든 편을 갈라야 위기를 타개하고 선거에 이긴다는 발상은 그것이 위력을 발휘할수록 더 안타까운 일이다.
고태성 워싱턴특파원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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