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의 세계경제포럼(WEF)에 맞서는 세계사회포럼(WSF)이 아프리카를 시작으로 개막돼 ‘반(反) 세계화’목소리가 지구촌에 울려 퍼지고 있다.
23일까지 일정으로 아프리카 말리공화국 수도 바마코에서 19일 개막된 WSF 아프리카사회포럼에선 “아프리카는 세계화에서 완전 배제돼 아무 것도 얻지 못했다”며 새로운 경제질서 창조를 촉구하는 주장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바마코 시내는 ‘신자유주의 반대’, ‘부채 탕감’등이 적힌 플래카드가 흩날리는 가운데 각종 시민ㆍ사회단체 회원들의 반세계화 시위로 연일 들끓고 있다.
WSF 가운데 가장 주목 받는 지역포럼은 WEF(25~29일ㆍ스위스 다보스)의 일정에 맞춰 24일부터 29일까지 베네수엘라 카르카스에서 열리는 미주사회포럼.
남미에서 좌파 정권이 잇따라 탄생하고 있는 가운데 열리는 이번 포럼은 급진적 반미를 주창해온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사실상 주도할 예정이다. 때문에 인구 400만명 도시에 10만여명이 몰려들 것으로 보이는 이번 포럼은 어느 때보다 반세계화와 반미 분위기가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매년 개인 자격으로 WSF에 참여해왔던 차베스는 이 행사 개최를 위해 900만 달러를 지원했다.
더욱이 이번 포럼은 볼리비아 최초의 인디오 출신인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이 취임한 이틀 뒤에 열리게 돼 탄력을 더하고 있다. 반미 성향인 모랄레스의 당선은 남미 좌파 정치와 사회운동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로 꼽혀 반세계화 주장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WSF 미주포럼이 강대국 연대에 상응하는 남미 좌파 정부의 공식적 연대 행사로 탈바꿈할 가능성마저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제국주의 전략과 대중저항’, ‘탐욕스런 문명에 대한 대응’ 등 의제 부터 반세계화를 노골화한 미주사회포럼을 통해 제국주의와 미국 주도의 미주자유무역지대 설립에 반대하는 국가들의 연대가 이뤄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은 친미성향을 보인다는 비판과 반미주의자인 차베스 대통령과 가까워지고 있다는 시각을 모두 의식, WEF와 WSF에 다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브라질 국영통신이 19일 보도했다.
대지진 영향으로 일정을 미뤄 파키스탄 카라치에서 3월24~29일 개최되는 아시아사회포럼은 ‘지역 내 군사충돌과 평화운동’등의 주제에 초점이 맞춰질 예정이다. 반 세계화 투쟁을 핵심사업으로 내세우고 있는 민주노총 등 한국 노동계와 시민ㆍ사회단체 등도 대규모 시위대를 현지에 보낼 예정이다.
■ 키워드/ WSF(세계사회포럼)
세계사회포럼(World Social Forum)은 세계경제포럼(WEFㆍWorld Economic Forumㆍ다보스 포럼)에 맞서 2001년 '또 다른 세계가 가능하다'는 모토를 내걸고 만들어졌다.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강대국의 세계화 및 신자유주의에 대항하기 위해 반(反)세계화 시민ㆍ사회 단체들이 WEF가 열리는 시기와 동시에 개최해왔다.
2004년 인도 뭄바이 포럼을 제외하고는 매년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열렸으나, 올해부턴 지역 실정에 맞는 주제에서 구체적 실천방안을 이끌어내기 위해 아프리카ㆍ남미ㆍ아시아 3개 대륙으로 나눠 개최된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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