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ㆍ국정원 불법 도청사건을 수사해온 유재만(사진ㆍ사시 26회)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이 검찰을 떠난다. 유 부장검사는 20일 다음 달 예상되는 검찰 중간간부급 정기 인사를 앞두고 법무부에 사직 의사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현대그룹 비자금 사건, 전두환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 불법 대선자금 사건, 청계천 비리. 굵직한 대형 비리사건이 터질 때마다 수사 중심에 있었던 ‘특별수사통’의 갑작스런 사직은 검찰 내부에 상당한 충격을 주고 있다. 유 부장은 강한 집념과 돌파력, 예리한 판단력으로 사건을 깔끔하게 처리해 검찰 안팎에서 실력을 인정 받아 왔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사시 동기들 중 선두로 꼽혀 온 그가 사직하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고 말했다.
몸이 안 좋은 아들(고3)과 어려운 가정 형편이 그가 밝힌 사직의 표면적 이유다. 그는 “검찰에 뼈를 묻겠다는 생각도 했지만 이젠 더 이상 가정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지인들은 안기부 도청 사건을 수사하면서 겪은 마음 고생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유 부장은 이 사건으로 특별한 인간 관계에 있던 신건 전 국정원장을 구속하게 되면서 심리적 갈등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성 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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