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를 모른다고 소통이 불가능한 건 아니죠.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이 영화를 통해 다시 한 번 배웠습니다.”
한ㆍ중ㆍ일 3개국 영화배우가 모여 만든 판타지 서사 액션영화 ‘무극(無極)’의 두 주인공인 장동건과 일본 배우 사나다 히로유키를 20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만났다. ‘패왕별희’를 만든 첸 카이거(陣凱歌) 감독이 장동건과 ‘링’ ‘라스트 사무라이’ 등에 출연한 사나다, 한국영화 ‘파이란’으로 국내 팬들에게도 친숙한 중국배우 장바이츠(張栢芝)를 한 데 모아 만든 이 영화에서 장동건과 사나다는 왕비‘칭청’(장바이츠)을 두고 대립하는 노예 ‘쿤룬’역과 장군 ‘쿠앙민’역을 각각 맡았다.
캐스팅되기 전부터 장동건의 팬이었다는 사나다는“처음 만났을 때 (장동건이) 너무 겸손하고 가식이 없어 깜작 놀랐다”며 장동건을 추켜세웠다. 영어로 얘기하던 사나다가 “촬영이 없을 때는 함께 밥도 먹고 술도 마시며 정말 좋은‘칭구’가 됐다”며 ‘친구’를 한국어로 발음하자 장동건은 주먹을 모으며“셰셰”하고 중국식으로 인사를 했다. 장동건은 “‘라스트 사무라이’를 보고 ‘저 사람 좀 까다롭겠다’고 생각했는데 함께 일해 보니 유머가 넘쳤다”며 “중국어를 못하는 유일한 두 배우여서 동병상련의 정을 많이 나눴다”고 말했다.
그래도 축구 하면 ‘한일전’, ‘독도는 우리땅’인데 둘 사이에 연기 경쟁은 없었을까.
장동건은 “본의 아니게 국가대표가 되다 보니 그런 부담감이 있어 실수 없이 잘 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사나다는 5세 때부터 연기를 시작한 노련한 배우답게 “그건 결코 경쟁이 아니었다. 우리는 같은 팀, 그것도 ‘드림팀’이었다”고 강조했다.
액션영화 등에서 선 굵은 남성 캐릭터를 주로 맡다 오랜만에 멜로영화에 출연한 장동건은 ‘무극’이 말하는 ‘운명과 사랑’에 대해 묻자 “운명은 어느 정도 믿는 편이라 사주나 토정비결 같은 걸 자주 보는 편이지만 사랑은 참…. 그런 감정을 가져본 지 하도 오래 돼 말할 자격이 없는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이성에 대한 사랑의 감정보다는 지금 하는 이 일이 참 좋다”며 “연기하는 걸 스스로 좋아하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왜 하필 노예 역을 맡았냐고‘시비’를 걸자 결코 단정적인 어투로 말하는 법이 없는 장동건도 “그건 유아적 발상”이라고 단호하게 응수했다. “해외에서 제작한 영화 중 한국배우가 주인공으로 극을 이끌고 간 작품은 없었던 것 같아요. 그걸 제가 했다는 점에 대해 자부심을 갖습니다.”
중국에서 지난달 개봉해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무극’은 26일 국내에서 개봉한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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