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말부터 저작권법 개정을 둘러싸고 뜨거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논란의 바탕에는 정보통신의 역사를 새롭게 쓰게 만든 인터넷이 자리잡고 있다. 인터넷은 ‘이 세상에서 가장 큰 디지털 복사기’라고도 하거니와, 사실 인터넷은 저작권에 대한 심각한 도전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어떤 점에서 그런가?
저작권은 저작물에 대한 저작자의 권리이다. 이 권리는 저작자의 허락을 받아야 저작물을 복제할 수 있도록 하는 권리, 즉 복제권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저작권은 copyright라는 영어를 번역한 것인데, 이 낱말은 사실 복제권이라고 옮겨야 옳을 것이다.
이렇듯 복제권이 저작권의 핵심에 자리잡게 된 것은 복제기술의 발달에 따른 역사적 결과이다. 이른바 ‘인쇄혁명’으로 시작된 복제기술의 발달에 따라 저작물의 대량복제가 가능해졌다. 아마도 인터넷이라는 초거대 디지털 복사기의 대중화는 그 궁극적 귀결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복제기술의 발달에 따라 저작자가 아니라 인쇄업자가 막대한 불로소득을 챙길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 대응해서 저작물의 생산을 촉진하기 위해 저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복제권, 즉 저작권의 강화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1990년대 중반부터 인터넷의 대중화에 대응해서 저작권을 대대적으로 강화하는 정책적 변화가 미국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그 결과 미국에서는 저작권을 크게 강화한 ‘디지털밀레니엄법’이라는 요상한 이름의 법이 제정되었다. 물론 그 뒤에는 헐리우드로 대표되는 막강한 문화산업의 로비가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반드시 유념해야 할 사항이 있다. 그것은 저작권을 포함한 모든 지적재산권이 특이한 권리라는 사실이다. 이 사실은 무엇보다 ‘권리연한’이라는 것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적재산권은 일반적인 소유권과 달리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권리가 소멸된다. 그 이유는 ‘지적재산의 사회성’ 때문이다.
요컨대 모든 새로운 지적재산은 거대한 사회의 공동재산인 기존의 지적재산들을 이용해서 생산된다. 따라서 지적재산권의 일방적 강화는 이러한 지적재산의 사회성을 크게 침해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 결과 지적재산권자가 사회의 공동재산을 이용해서 막대한 불로소득을 챙기는 문제가 생긴다.
사실 저작권을 포함한 지적재산권의 일방적 강화가 가져올 폐해는 불로소득의 차원을 훨씬 뛰어넘는다. 그것은 기술의 발달을 저해하고, 공정이용의 권리를 약화하며, 따라서 문화의 발달에 크게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런 사정에 유의해서 지적재산권은 대단히 신중하게 운용되어야 한다.
문화산업의 성장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저작권의 일방적 강화를 추진하는 것은 큰 문제를 안고 있다. 이메일과 메신저를 포함한 모든 인터넷 이용방식을 규제하고, 저작권 침해를 비친고죄로 다루겠다는 발상은 문화적인 면에서나 경제적인 면에서나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다.
저작권은 우리의 생각과 표현을 규제한다. 따라서 그 일방적 강화는 파멸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다행히 시민사회의 우려와 제안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새로운 저작권법 개정안이 마련되었다.
이것은 저작물의 공정이용을 보장하고, 기술적 보호조치를 제한하며, 디지털 도서관을 활성화하기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인터넷 시대에 저작권을 보호하는 동시에 문화의 발달을 촉진할 올바른 저작권법 개정안이 처음으로 마련된 것이다. 부디 이 법안이 저작권의 발전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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