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홧김에…소영웅주의에…꼬리무는 방화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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홧김에…소영웅주의에…꼬리무는 방화 '불안'

입력
2006.01.20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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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화범은 왜 불을 지르는 것일까.’

최근 부산, 충북 청주시, 경기 성남시 등 전국적으로 방화가 잇따르자 소방방재청은 18일 사상 처음으로 방화특별경계령을 발령하고 ‘방화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방화가 이 같이 주류 범죄로 떠오르면서 방화범의 심리가 도대체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도 높아지고 있다. 방화라는 범죄가 보통 사람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기 때문이다.

범죄심리학자들은 방화의 이면에는 복수와 분노가 자리잡고 있다고 진단한다. 방화는 경제적 어려움이나 사회적 소외, 가정 불화로 인한 불만을 외부로 표출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이는 특정한 집단이나 기관으로 향하기도 하고 불특정 다수를 노리기도 한다. 192명의 사상자를 낸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도 뇌졸중으로 일자리를 잃은 뒤 세상을 비관한 50대 남자의 앙심에서 비롯된 비극이었다.

그의 불만은 불특정다수로 향했다. 3일부터 경기 파주시 일대 교회 7곳에 불을 지르고 붙잡힌 방화범 역시 경찰에서 “교인들이 나를 무시해 홧김에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이상현(범죄심리학) 교수는 “자기 자신에 대한 욕구불만이 사회에 대한 불만으로 증폭돼 방화라는 극단적인 행동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사회적으로 인정받기 위해 계획적인 방화를 저지르는 경우도 있다. 최근 호주에서는 산불진압 영웅으로 떠올랐던 한 20대 남자가 연쇄방화범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기도 했다.

그는 번번이 소방관 시험에서 낙방한 후 산불진압 봉사요원으로 높은 평가를 받으면 정식 소방관으로 채용될 수 있다는 생각에 25건의 산불을 내고 가장 먼저 달려가 끄는 자작극을 벌이다 징역2년을 선고 받았다.

정신이상이 방화로 표출되기도 한다. 방화를 준비하고, 신고하며, 불 끄는 과정을 통해 희열을 느끼는 일종의 방화광(pyromaniac)이다. 방화광의 70% 이상은 야뇨증(오줌싸개) 환자라는 분석도 있다.

꿈 속에서 오줌을 참다가 누면 시원함을 느끼는 것과 방화를 준비하는 긴장감을 불로 해소하는 심리는 일맥상통한다는 것이다. ‘밤에 불장난을 하면 오줌 싼다’는 우리 속담이 정확히 맞는 셈이다.

지난해 12월30일 주민들과 함께 어울려 불을 끄는 것이 즐거워 서울 연희동 주택가에서 10차례 방화를 하다 붙잡힌 30대 노숙자가 대표적인 사례다.

불만의 표현, 사회적 인정 획득, 희열 등을 위한 다른 범행 도구도 많은데 유독 불에 집착하는 이유에 대해 ‘비용 대비 효과’의 측면에서 설명하기도 한다.

경찰대 행정학과 이웅혁(범죄심리학) 교수는 “방화는 라이터와 종이만 있으면 가능하기 때문에 다른 범죄에 비해 저지르기가 쉬운 반면, 피해는 무척 크다는 점에서 범죄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분석했다.

소방방재청의 집계에 따르면 방화사건은 주로 인적이 드문 새벽시간대에 많이 발생한다. 또 주택가 도로변에 주차된 차량에 미리 준비한 기름을 붓고 라이터로 불을 지르는 수법이 가장 흔하다.

전문가들은 방화를 단순한 모방범죄로 치부하는 사회적 인식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최인섭 실장은 “발생 건수가 살인보다 많은데도 방화는 우리에게 ‘별 것 아닌 범죄’로 남아 있다”며 “국민들이 방화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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