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증권 시장인 도쿄(東京)증권거래소가‘라이브도어 사태’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도쿄증시는 18일 오후 2시 40분께 라이브도어 그룹을 포함한 IT관련 주식에 대한 투자자들의 투매가 계속되자 하루 매매 약정 처리 능력의 한계(450만 건)를 이유로 거래를 전면 정지했다. 도쿄증시는 19일 오후 장도 평소보다 30분 늦은 1시에 개장하는 등 시스템 불안 양상을 계속 노출했다.
일본 증시 사상 처음이며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매매 증가에 따른 거래정지는 도쿄증시의 신뢰도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국제 증권전문가들은 “도쿄증시의 이례적인 거래정지가 해외 투자자들에게 불신을 심어줘 최근 경기회복으로 주목받고 있는 일본 주식의 매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금 불안한 것은 라이브도어가 아니라 도쿄증시”라는 비판도 빗발쳤다. 도쿄증시는 지난해 12월 미즈호증권의 오(誤)주문 사태를 사전에 방지하지 못하는 등 사고가 빈발해 체면을 구긴 바 있다.
요사노 가오루(與謝野馨) 경제재정ㆍ금융 담당 장관은 19일 “거래가 불가능한 거래소는 그 존재 가치 자체가 의심스러워 진다”며 확실한 해결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도 “선진국에 부합하는 능력을 유지하라”고 지시했다.
19일 도쿄증시는 오후 2시 현재 닛케이(日經)평균주가가 전날보다 355.10엔이 오른 1만5,696.28엔을 기록하는 등 대폭락에 반발하는 전면 상승장을 연출하고 있다.
주가조작 등의 혐의로 수사를 진행해온 도쿄지검 특수부는 라이브도어 본사의 분식회계 및 허위공시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는 등 호리에 다카후미(堀江貴文) 사장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
도쿄증시는 라이브도어의 상장 폐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호리에식’ 머니게임이 속속 드러나 일본 사회의 비판도 확산되고 있다. 호리에는 주식분할 등 새로운 금융수법으로 회사의 시가총액을 부풀린 뒤, 주식교환 등으로 다른 기업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성장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불법은 아니지만 편법ㆍ탈법적인 수법도 마다하지 않고 각종 규제와 제도, 법률의 허점을 파고 들어 라이브도어를 급성장시켰다.
한편 19일 오키나와(沖繩)의 호텔에서 라이브도어에 의한 기업매수에 관여한 HS증권 부사장이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자살로 추정하고 라이브도어 사건과의 관련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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