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논문 조작사건이 한국에게는 엄청난 재난이지만 미국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줄기세포 과학자들은 18일(현지시간) 워싱턴의 우드로윌슨센터에서 열린 ‘줄기세포 논란’토론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스탠퍼드대 메디컬센터 신경과 윌리엄 헐버트 교수는 “인간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이미 논란이 심했지만 황 교수 논문 조작사건으로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역풍이 불어 닥칠 것”이라면서도 “이번 사건으로 우리(미국)에게는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새로운 역사를 쓸 기회가 생겼다”고 말했다.
미국 유수의 줄기세포 연구소인 어드밴스트 셀 테크놀러지(ACT)의 마이클 웨스트 수석 과학자는 “황 교수 논문 조작 사건은 불행하고 슬픈 일이지만 그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며 “이 사건은 우리(미국)가 이 분야 연구의 선두에 나설 값진 기회”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보유한 기술과 심사 숙고한 도덕적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용기를 갖고 이 기회를 잡아 달려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2시간 가까이 진행된 이날 토론회는 미국의 배아 줄기세포 연구 찬반 논란이 주류를 이뤘으나 말미에 헐버트 교수가 환하게 웃는 황 교수 사진을 슬라이드로 보여주며 “우리는 이런 것은 필요 없다”고 말하거나, 복제 개 스너피 사진에 황 교수 얼굴을 올린 신문 만평을 보여줄 때 청중석에서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USA투데이도 이날 황 교수 논문 조작이 드러난 데 대해 미국의 배아줄기세포 과학자들은 “타격이자 축복”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국 과학자들은 인간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미국 정부의 규제와 배아복제 기술에서 황 교수가 자신들을 앞섰다는 소식 때문에 자신들의 연구가 지연됐으나 논문조작이 드러난 만큼 인간 배아 복제 줄기세포 제조를 위한 새로운 기회가 마련됐다고 보고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환자 맞춤형 배아줄기세포를 만들거나 만들 의향을 가진 연구기관은 극히 소수라며 미국 영국 스웨덴 중국 등 4개국의 9개 기관을 선두 경쟁 그룹으로 꼽았다. 이 그룹에는 미국의 ▦ACT ▦캘리포니아 복제의학 연구소 ▦하버드대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대 ▦UCLA 줄기세포 연구소 등 5곳이 속해 있다.
외국기관으로는 복제양 돌리로 유명한 영국의 에딘버러대, 영국 최초로 세포 핵 이전을 이용한 인간 배아줄기세포 개발 허가를 받은 뉴캐슬대를 비롯, 중국의 상하이(上海) 제2의대,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등이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해 5월 황 교수의 눈문이 발표됐을 때 영국 뉴캐슬대 연구팀이 너무 뒤쳐졌다는 생각에 연구 방향을 아예 바꾸려고 계획했으나 이제는 그동안 기증 받아둔 잉여 난자를 이용해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재개할 생각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한 ‘황우석 교수의 신화’라는 제목의 분석기사에서 황 교수가 과학자라기 보다는 언론을 다루는데 더 능숙했다고 비아냥거리면서 지난해 5월 어느 공휴일 자사 기자가 그의 연구실을 방문했을 때 황 교수는 오전 내내 연구를 뒷전에 미룬 채 취재진과 시간을 보냈고 기자들을 점심에 초대했다 거절당하자 못내 아쉬워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또 박기영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을 거명한 뒤 한국 정부가 정책적 오류를 범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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