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2ㆍ18 전당대회에 출마한 후보 9명 중 4명이 영남 출신이다. 김혁규 김부겸 김영춘 의원과 김두관 청와대 정무특보가 그들이다.
영남의 지역구 출신 의원이 극소수인 당 사정에 비춰보면 대단한 비율이다. 영남 인사들이 경쟁적으로 출마한 이유는 뭘까.
이들의 구상은 한결같다. 전당대회를 통해 당내 영남 대표주자라는 공인을 받아 정치적 도약을 해보겠다는 것이다.
4년 전 민주당 경선에서 “영남 후보만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누를 수 있다”는 영남 후보론을 앞세워 ‘이인제 대세론’을 뒤집었던 ‘노무현 신화’를 재현하겠다는 야심이다. 지도부 진입을 넘어 차기, 차차기를 넘보고 있는 셈이다. 자연 이들간 경쟁은 불꽃 튄다.
특히 김두관 특보, 김부겸 김영춘 의원 등 40대에게선 같은 영남 출신인 유시민 의원에 대한 보이지 않는 경쟁의식도 느껴진다. 유 의원은 4ㆍ2 전당대회에서 지도부 진입에 성공해 결국 복지부 장관까지 도약했다.
김부겸 김영춘 의원은 창당이래 당 정체성과 노선 등을 놓고 유 의원과 사사건건 얼굴을 붉혔다. 김 특보 역시 유 의원과 함께 참여정치실천연대를 만들었으나, 4ㆍ2 전대에서 유 의원에 불과 160표차 뒤져 낙선한 이후 독자노선을 걸어왔다.
선거전 초반이라 그런지 현재는 조직표가 있는 김혁규 의원과 김 특보가 다소 앞서 있다. PK지역서 시작한 이들의 대표성 경쟁은 정동영, 김근태 고문의 전면전을 무색케 할 정도다. 같은 경남출신이지만 세대, 정치성향, 지지기반 등은 판이하다.
60대의 김혁규 의원은 의정연구센터 등 실용노선의 친노 직계와 당내 온건파의 지지를 받고 있다. 김 의원측은 부산시당위원장으로, 친노직계그룹의 큰 언니로 통하는 윤원호 의원이 출마를 접고 선대본부장을 맡은 것에 고무돼있다.
반면 김 특보는 참정연 후보로, 개혁노선의 친노직계 지지가 자산이다. 전국의 참정연의 조직을 활용할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두 사람의 연대방향도 엇갈릴 전망이다, 김혁규 의원이 정동영 고문과, 김 특보는 김근태 고문과 각각 연대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김부겸 의원은 영남 후보 중에서도 유일한 TK출신이다. 마당발인 이강철 전 수석이 선대본부장을 맡고 있고, 중도통합을 고리로 누구와도 연대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잠재력이 상당하다는 평가다. 4명 중 가장 젊은 김영춘 의원은 김 특보와 각을 세우며 PK의 차세대 리더임을 키워드로 삼고 있다.
이동국 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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