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이 3년안에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된다. 또 그룹 회장직을 없애고 외국인 최고경영자(CEO)를 영입하는 등 기업 지배구조를 대대적으로 혁신한다.
두산그룹은 19일 경영 투명성을 높여 클린컴퍼니로 변신하기 위한 획기적인 지배구조 개선 로드맵을 발표했다.
로드맵에 따르면 모회사인 ㈜두산을 3년내 지주회사로 바꾸고, 각 계열사는 과거 그룹형태의 지배구조에서 탈피해 이사회 중심의 독립경영을 수행하게 된다.
두산 관계자는 “이번 개선안은 계열사들이 두산 고유의 경영철학과 경영 방식은 공유하되, 회사별 책임 경영체제를 확립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이를 위해 그룹 회장제를 폐지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또 ㈜두산을 지주회사 부문과 사업회사 부문으로 분리ㆍ운영하고, 지주회사에는 외국인 CEO를 포함, 글로벌 역량을 갖춘 인사를 영입키로 했다.
이 같은 변신은 지난해 박용오, 박용성 전 그룹회장 등 총수 일가의 경영권 다툼 및 비리로 불거진 부정적인 이미지를 털어내고 투명 경영을 통해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두산 지배구조 개선안의 특징은 소유한 만큼 경영권을 투명하게 행사하겠다는 데 있다. 오너 중심의 경영관행으로 지난해 고통을 겪었던 만큼 계열사 전문 경영인들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1인 지배체제가 아닌 공동책임제를 특징으로 하는 두산식 경영시스템을 확립하겠다는 게 그룹측의 전략이다. 이에 따라 지주회사 전환이 마무리되면 박용성 전회장 등 대주주들은 자신들이 소유한 지분을 지주회사에 집중, 보유한 지분만큼 의결권을 행사하되, 사내이사로 등재되지 않는 한 경영 참여는 하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서는 두산의 3년내 지주회사 전환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현재 ㈜두산은 각 계열사의 지분을 평균 19% 정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지주회사의 30% 요건을 충족시키려면 두산인프라코어 등의 지분을 10% 이상 추가 인수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수조원의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두산이 지주회사가 되려면 부채비율도 현재의 300%에서 100%로 끌어 내려야 한다”며 “3년안에 실시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그룹 관계자는 “각 계열사가 최대수익을 내면 당초 계획보다 지주회사 전환이 앞당겨질 수 있다”며 “상반기 중 구체적인 지배구조 개선 로드맵을 확정하고, 내년부터 본격 실행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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