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 성폭행범 일명 ‘발바리’가 붙잡혔다. 대전 동부경찰서는 19일 오후 4시30분께 서울 강동구 천호동 한 PC방에서 이모(45ㆍ무직ㆍ대전 대덕구 송촌동)씨를 상습강도강간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최초 범죄 시작 후 10여년, 공개수배 된 지 3일만이다. 경찰 조사가 본격화하면 늘어나겠지만 지금까지 파악된 성폭행 피해자만 80명이 넘는다.
쉼없는 범죄 행각
이씨는 지난해 1월 대전 대덕구 중리동 원룸 주택에 침입해 A(28)씨를 흉기로 위협, 성폭행했다. 지난해 6월에는 대전 서구 갈마동 모빌라 2층집에서 B(21)씨를 강간했고, 4월에는 대전 서구 용문동 다가구 주택에 들어가 여성 3명을 추행했다.
돈 보다 성폭행이 이씨의 범행 목적이었다. 그는 성 도착증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성폭행을 한 뒤에는 바로 달아나지 않고 피해 여성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고, 외부로 전화하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키 157㎝에 날렵한 체격의 이씨는 주로 새벽 시간을 노렸으며 운동복에 모자, 운동화 차림을 하고 흉기로 부녀자를 위협한 뒤 범행했다.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반드시 장갑을 꼈으며 성폭행 후 피해 여성을 강제로 목욕시키는 치밀함도 보였다.
발바리란 별명도 경찰이 대전 지역을 제 집처럼 누비면서도 전혀 꼬리를 남기지 않은 치밀한 범행 행각에 혀를 내두르면서 붙여준 것이다.
경찰은 이씨의 범행이 199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동일 수법의 강도 강간 사건이 이 무렵부터 대전 대학가와 원룸촌에 집중 발생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유전자 확인이 안된 동일 수법의 사건이 수십 건에 달한다”며 “조사를 하다 보면 이씨의 범행은 100건이 훨씬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적 및 검거
번번이 당하기만 한 경찰은 끈질긴 탐문과 치밀한 과학수사로 이씨의 덜미를 잡았다. “고아원 출신이라고 말했다”는 피해 여성의 진술에 따라 대전과 인근의 고아원 84곳 출신 3,800여명을 수사했다. 피해 여성이 성병에 걸렸을 때는 성병 환자 2,000여명을 조사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와 함께 유사 사건이 발생한 현장에서 77건의 동일한 유전자를 찾아냈다. 탐문 수사 등을 통해 이씨를 용의자로 지목한 경찰은 이 유전자와 이씨 집에서 수거한 담배꽁초에 남겨진 유전자가 일치함을 확인했다.
시시각각 수사망이 좁혀진 것을 눈치 챈 이씨는 경찰을 피해 종적을 감췄고, 경찰은 17일 마침내 이씨를 공개수배했다. 평소 이씨가 인터넷 바둑을 즐겨 뒀다는 것을 파악한 경찰은 이씨가 서울의 한 PC방에서 인터넷에 접속하자 인터넷 주소(IP) 추적을 통해 소재를 파악했다.
10여년에 걸친 범죄 행각에 종지부를 찍은 순간 이씨는 경찰에게 “(잡혀서) 마음이 후련하다”고 말했다.
대전=전성우 기자 swch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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