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진보성향의 학자 100여 명이 창립한 ‘좋은정책포럼’은 ‘지속 가능한 진보’를 기치로 내걸었다. 기존 진보진영의 실패를 인정하고 민주개혁세력의 새로운 대안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출범한 ‘뉴라이트’가 기존 보수 진영의 실패를 반성하고 합리적 보수를 표방하고 나선 것과 비교해 이들을 ‘뉴레프트’라고 불러도 무방할 듯 하다.
좋은정책포럼은 소모적 이념대결 대신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정책 대안으로 경쟁하겠다고 선언했다. 우리 사회가 그동안 맹목적 이념 대결에 막대한 에너지를 소진시켜 왔음을 감안할 때 적절한 방향 설정이다.
뉴레프트와 뉴라이트 사이에 건강한 경쟁과 소통이 이뤄진다면 우리 사회의 발전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뉴라이트 측에서 좋은정책포럼의 출범을 적극 반기고 환영하고 나선 것도 이런 기대를 뒷받침한다.
무엇보다도 좋은정책포럼이 구 진보노선의 실패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나선 점에 눈길이 간다. 기존의 진보가 분배에 치우쳐 성장동력을 키우는 데 소홀했음을 반성하고 시장의 역할을 인정했다.
또 세계화를 외면하지 않으며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서도 일정한 목소리를 내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 같은 반성과 고민이 양극화 등 우리사회의 핵심 난제들을 풀어내는 방법론과 방향 제시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한편으로 정치적 오염 등 우려되는 바도 적지 않다. 창립 대회에서 이들은 민주개혁세력의 역사적 성공에 기여하고자 하나 특정 정파에 치우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포럼에 참여한 인사들의 상당수가 참여정부의 정책평가위원회 등에 관여한 인사들이라는 점에서 정권과의 일정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을지 회의적 시선이 있다.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기이므로 정치적 유혹도 상당할 것이다. 좋은정책포럼이 초심을 유지해 정치적으로 타락하지 않고 진보세력, 나아가 우리 사회의 희망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