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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방위브로커 키운 패거리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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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방위브로커 키운 패거리문화

입력
2006.01.20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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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 윤상림 사건이 점입가경이다. 네 야당이 국정조사를 추진키로 했을 정도다. 윤씨와 얽힌 각계 인사들의 이름이 얼마나 더 나올지 예측 불가다.

지금까지 나온 이름만 대충 되짚어 봐도 지방경찰청장, 경찰청 차장, 현직 판사, 장성 출신의 전 마사회장, 고검장 출신의 변호사, 현대· 포스코· 롯데 등 대기업 고위 관계자, 심지어 현직 장관에 총리까지 지인으로 거명됐다. 가히 한국사회 전체를 농단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인맥이다.

이런 전방위 인맥을 구축한 윤씨는 고교 중퇴 학력에, 시장 상인들과의 도박으로 한 밑천 잡았다는 소문까지 돌고, 이권사업에 개입해 돈을 챙기고, 카지노에서 일년의 절반 가까이를 보내기도 한 그런 인물이다. 모 기업인에게 돈을 뜯어내려다 여의치 않자 “동생들을 시켜 아킬레스건을 끊어버리겠다”고 협박한 사실도 있다. 한 마디로 시정잡배 수준의 인물인 것이다.

이런 윤씨에게 ‘고위층’ 인사들이 줄줄이 돈을 갖다 바친 사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누구도 그에게 인간적인 친밀감을 가졌던 정황은 없다. 그렇다면 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기대 실익이 있었다는 것으로밖에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즉, 윤씨로부터 금전적 이득을 취했다가 발목이 잡혔거나, 인사 상의 기대를 갖고 접촉했다가 거꾸로 엮였으리라는 것이다. 설혹 감언이설에 넘어가 투자조로 돈을 준 경우라 하더라도 그 또한 공직자로서는 절대 해서는 안될 행동이었기는 마찬가지다.

윤씨 사건은 여전한 한국사회의 후진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우리 사회의 공적 구조가 아직도 실력이나 업적이 아닌, 개인적 인맥 따위의 저열한 인적 네트워크에 의해 지배 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인 것이다.

국민 대다수가 우리 사회의 지도층에 대해 도덕적으로 신뢰하지 않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불합리한 구조 때문이다. 이 수치스러운 사건이 지도층 인사들로 하여금 주변을 돌아보며 대오각성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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