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미국에서 유일하게 안락사를 인정한 오리건주의 ‘존엄사법’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17일 존엄사법이 부당하다며 이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법무부측이 항소한 이 사건에서 6대 3의 의견으로 기각 판결했다.
대법원은 의료제도는 각 주의 소관인 만큼 특별한 권한을 부여받지 않은 법무장관의 행정조치는 연방의 원리에 어긋나 부당하다는 취지로 판시했다. 안락사가 합헌 또는 위헌인지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판결은 지난해 3월 테리 시아보 사건 이후 다시 생명윤리 논란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미 언론들은 이번 판결이 ‘생명의 문화’를 강조해온 조지 W 부시 정부에 대한 타격인 반면, 안락사 옹호론자들에겐 승리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판결이 안락사 논쟁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대법원이 잘 인지하고 있다”며, 안락사를 간접 옹호한 판결로 풀이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오리건 이외의 주들도 의회 반대가 없으면 안락사 허용을 추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캘리포니아주가 대법원 판결을 지지하며 안락사 입법을 추진할 뜻을 밝혔다.
오리건주는 1994년과 97년 주민투표를 통해 불치병 환자들에 대한 ‘존엄한 죽음법’을 시행했다. 이 법은 환자동의서, 당국의 신고 등의 엄격한 절차를 거쳐 의사들에게 안락사용 약물처방을 허용했다. 2004년까지 안락사를 희망한 325명 가운데 208명이 처방을 받았다.
그러나 2001년 11월 당시 존 애쉬크로프트 법무장관은 의사의 자살 지원은 법률이 정한 정당한 의료목적에 어긋나고, 연방정부 관리 하의 약물을 이를 위해 처방하는 것은 위법이라며 이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오리건주는 이에 반발 소송을 제기해 1심과 2심에서 승소했다.
반대의견을 낸 3명 가운데 보수성향의 앤토닌 스캘리아, 클레런스 토머스 대법관이 소수의견을 개진했으며,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의견 없이 반대서명만 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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