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아르헨티나를 방문한 에보 모랄레스(46) 볼리비아 대통령 당선자는 깊은 감회에 젖었다. 그에게 아르헨티나는 자신의 불행한 과거가 점철된 슬픔의 땅이다.
모랄레스는 초등학교 입학 전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인 후후이주(州)로 이사했다.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하게 된 부모를 따라온 것이다. 아르헨티나는 이탈리아, 스페인 출신 백인 이민자들이 절대 다수여서 중남미 어느 곳보다 인종차별이 심했다. 당시 5세의 철부지 어린 아이였던 모랄레스는 농장 인근에서 처음으로 학교를 다녔다.
그러나 인디오 출신으로 스페인어를 몰랐던 그는 곧 학교를 그만둘 수 밖에 없었다. 백인들로부터 경멸받는 최하층민으로 살던 다른 볼리비아 이민자들처럼 그도 길거리에서 사탕을 팔고 돈을 구걸하는 아이로 전락했다.
모랄레스 대통령 당선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남미 국가의 인종적 다양성을 수용해야 한다”는 말로 백인 우월주의에 대한 섭섭했던 감정의 일단을 내비쳤다. 그러나 “볼리비아가 현재 아르헨티나에 싼 값으로 천연가스를 제공한다고 해서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대통령 당선자로 화려하게 아르헨티나 땅을 다시 밟은 그가 남긴 화두는 용서와 화해였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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