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적 M&A 전문가인 칼 아이칸(사진)이 최근 국내 유력 상장기업인 KT&G에 조속한 주가부양책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사냥꾼’으로 유명한 그가 우량 업체면서도 ‘주인이 없는’ KT&G에 대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칼 아이칸측은 지난해 12월 KT&G를 방문해 회사측에 우량 자회사인 인삼공사 기업공개, 보유 부동산 매각을 통한 이익 확대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KT&G 관계자는 “칼 아이칸이 운영하는 아이칸 매니지먼트 관계자가 기업설명(IR) 담당자들과 만나 일반 투자자의 입장에서 전반적인 사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했다.
아이칸측은 현재 KT&G 주식의 5% 미만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번 방문이 지분 확대를 위한 사전 탐색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더욱이 KT&G는 국내 담배시장의 75%를 차지하고 있지만 지배구조는 다소 불안정하다. 최대주주인 기업은행 지분율은 5.9%에 불과하며 우호지분도 우리사주 6.1%, 자사주 9.6% 등 총 15.7% 정도.
이에 비해 외국인 지분은 62%에 달한다. 칼 아이칸측이 지분 확대에 나설 경우 SKㆍ소버린 사태처럼 경영권 분쟁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이날 주가가 대폭락하는 상황 속에서도 KT&G 주가가 2.13% 오른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치 않다.
한화증권의 박희정 연구원은 “KT&G의 시가총액 규모가 7조8,000억에 이르는 등 인수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경영권 분쟁을 유도해 주가를 올린 뒤 빠져나갈 수 있어 투자자들이 유의해야한다”고 말했다. 칼 아이칸은 1980년대에 미국 항공사 TWA를 적대적 방법으로 인수해 유명해졌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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