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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북한 개혁개방 성공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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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북한 개혁개방 성공의 조건

입력
2006.0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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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1일부터 전격적으로 중국을 방문, 우한(武漢)을 거쳐 싼샤(三峽)댐과 광저우(廣州) 등지를 순방하면서 북한의 개혁개방을 위한 현장학습을 하고 있다고 한다.

만일 김 위원장이 진정으로 북한의 개혁개방을 추진하려 한다면 그것보다 반가운 소식은 없을 것이다. 북한의 개혁개방이 경제의 발전과 대외관계의 개선을 초래하여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도 기여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 위원장이 북한의 지도자가 된 후 개혁개방의 현장을 시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의 첫 해외방문이었던 2000년 5월의 베이징 방문시에도 김 위원장은 주룽지(朱鎔基) 당시 중국 총리에게 경제특구 건설의 희망을 피력한 바 있다.

2001년 1월 중국 상하이를 방문하였을 때에도 상하이 특구 모델을 기반으로 경제특구를 건설하고 싶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2001년 8월 열차로 시베리아를 횡단하여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에는 푸틴 대통령과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한반도 연결 구상에 합의한 바도 있다.

해외순방 기록들을 검토하면 김 위원장이 경제특구와 철도망 건설 등을 통해 북한의 개혁개방을 이룩하려는 의지를 수차례에 걸쳐 표명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지식인 집단 뒷받침 필요

그러나 문제는 지도자의 거듭된 해외순방과 개혁개방 학습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가시적인 개혁개방과 경제적 개선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우리는 북한의 지도자가 설령 개혁개방의 의지를 갖고 있다고 해도 그 실천전략에 한계가 있거나 다른 요건들이 미비하기 때문에 구체적 성과들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라고 판단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에 미비한 실천전략과 요건들이란 과연 무엇일까.

동아시아 국가들 가운데 일찍이 개혁개방, 즉 근대화를 이룩한 전례로는 근대 일본의 메이지(明治)유신, 1960년대 이후 한국의 근대화, 그리고 1980년대 이후 중국의 개혁개방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같은 선례들을 검토하면 낙후되었던 사회가 근대화 및 개혁개방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공통적으로 다음의 요건과 전략이 갖추어져야 함을 알 수 있다.

첫째, 최고지도자가 국제정세와 개혁개방의 방향성에 대해 명확한 인식과 비전을 갖고 있어야 한다. 메이지유신의 경우 근대 일본의 지도자들이 이와쿠라 사절단에 참가하여 2년여에 걸쳐 구미사회를 직접 순방하면서 국가 발전의 방향성을 정립한 것이 성공의 큰 요인이 되었다.

1960년대 한국의 경우에도 당시의 지도자들이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의 발전동향에 대해 정확한 인식을 갖고 있었던 점을 도외시할 수 없다.

중국도 개혁개방을 추진한 덩샤오핑이 청년기의 프랑스 유학 체험을 통해 세계의 변화를 파악할 수 있는 지적 능력을 갖고 있었던 점을 간과할 수 없다.

둘째, 최고지도자의 개혁개방 의지를 구체적인 정책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테크노크라트(기술관료)와 지식인 집단, 그리고 성실하고 협력적인 국민계층이 필요하다. 특히 재능있는 테크노크라트와 지식인 집단을 보유하려면 우수한 청년들로 하여금 보다 자유로운 환경에서 세계의 문물을 배워오게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메이지유신기에 진행된 대규모 구미 유학, 1950~60년대 한국과 개혁개방 전후 중국에서 나타났던 우수한 청년들의 유학 열풍은 이러한 관점에서 주목된다. 북한의 현실은 과연 어떠한가?

●양호한 대외관계 구축돼야

셋째, 최고지도자와 기술관료 및 지식인 집단이 추진하는 개혁개방의 국가전략을 지원해줄 수 있는 양호한 대외관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개혁개방의 초기단계에서 필요한 지식과 기술, 그리고 자금은 빈곤한 국내 환경에서 조달받을 수 없고, 우호적인 선진국가들에 의존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정한 북한의 개혁개방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지도자의 단기성 해외순방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북한의 청년과 지식계층이 대거 해외문물을 접하면서 자생적 근대화를 구상하게 하는 제2의 신사유람단이 필요한 것이고, 나아가 보다 우호적인 대외관계 확대를 위해 이미 주변 국가들과 합의된 베이징 6자회담 공동성명의 성실한 준수가 우선적으로 요망된다 할 것이다.

박영준 국방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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