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17일 오후 베이징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 사이에 오간 대화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경제 노선과 대미관계가 주제가 됐다는 분석이 많다.
우선 지난 1주일 동안 중국 경제개혁ㆍ개방 1번지인 광저우(廣州), 선전 일대를 둘러본 김 위원장의 소감이 화제가 됐을 것이다. 후 주석은 김 위원장에게 선전 방문을 권유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위원장도 2001년 1월 상하이(上海) 방문 당시 중국에서 가장 먼저 개발된 광저우, 선전을 가보지 못한 아쉬움을 피력했었다고 한다.
따라서 이번에 광저우와 선전의 주요 제조업체, IT기업, 대학촌 등을 둘러본 김 위원장은 후 주석에게 중국식 개혁ㆍ개방정책에 대한 조언을 구했을 것이다. 개혁ㆍ개방 과정의 체제유지 문제를 점검하고, 경제개혁 추진에 필요한 요소들의 확보 방안도 논의했다고 볼 수 있다. 노동집약적 제조업체가 많고 홍콩의 배후지 성격이 있는 광저우와 선전의 특성은 개성공단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이 자신의 남북간 경제협력 구상을 설명했을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은 또 후 주석에게 직접적인 경제지원을 요청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북한은 2002년 7ㆍ1 경제관리개선조치를 통해 자본주의 경제정책을 일부 도입했지만 실제 투입할 수 있는 자본 등 물적 토대가 취약해 효과를 보지 못했다. 외부 지원이 필요한 것이다. 특히 올해부터 2010년까지 중국은 11차 5개년 경제개발계획을 추진한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계획확정 전에 지난해 10월 평양에서 합의된 20억달러(약 2조원)의 경제지원을 확약받고, 추가적인 지원도 얻어낼 필요성이 있었다.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 핵 문제 등 현안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을 것이다. 후 주석은 최근 문제된 마카오 은행의 위조 달러 유통문제 조사결과를 설명하며 김 위원장을 압박했을 수 있다. 김 위원장은 해명했을 것이고, 이를 토대로 북한의 6자회담 복귀문제도 논의됐을 것이다. 정상회담 후 중국은 미국에 북중간 협의내용을 설명하고 미국이 양해하는 선에서 6자회담과 위폐 문제를 분리해 처리하는 시나리오도 예상된다.
하지만 최근 미 행정부가 대북 압박을 강화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어 이런 시나리오와는 정반대로 움직일 수도 있다. 북중 정상은 이런 상황을 전제로 하는 대응방안도 논의했을 가능성도 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