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납북된 동진호 어로장 최종석씨의 딸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16일자 1면)는 우리 사회가 그간 그들의 아픔에 대해 얼마나 무심했는지를 새삼 일깨워준 기사였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지난 수년간 남북 관계가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가까워진 것은 사실이다. 제한적이나마 일반인들의 북한 관광도 확대됐고 문화, 스포츠는 물론 정치, 경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남북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해빙 무드가 깨질까 두려워 우리 정부가 북한 측에 납북자 문제 등 북측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일부 현안에 대해서는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같은 태도는 남북의 진정한 화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가 추구하는 남북의 화합과 통일은 부모와 자식, 부부와 형제자매를 갈라놓았던 비극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남북의 평화가 최씨 가족과 같은 이들의 슬픔을 담보로 얻어지는 것이라면 문제가 크다.
국민 없이 존재하는 정부를 상상할 수 없듯이 국민을 희생해서 얻어지는 국익이라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는 이야기다. 이제라도 정부가 발벗고 나서서 북측에 최종석씨를 비롯한 납북자 문제의 해결을 떳떳하게 요구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박정은ㆍ서울 성북구 보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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