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한국어문회 주관으로 처음 시행된 한자능력검정시험이 현재는 10여 개 이상의 단체주관으로 치러지고 있을 만큼 한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
시험에 응시하는 인원도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초등학생은 부모의 권유로, 중ㆍ고교생과 대학생은 대학입시와 취업에서의 이점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
한자능력검정시험을 주관하고 있는 단체들 가운데 이 시험의 정확한 목적이 무엇인지 명시하고 있는 곳은 없지만 대학입시와 취업을 의식한 탓인지 한문에 대한 독해능력이 아니라 한자에 대한 지식을 측정하는 것을 위주로 하고 있다.
그러나 한자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아 우리보다 20여 년 앞서 한자능력검정시험을 시행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어휘력, 문장 이해력, 언어생활에 치중하여 그 이해 정도를 측정하는 것이 목적이다.
우리의 한자능력검정시험도 문장을 올바르게 파악하고, 사람의 말을 정확하게 이해하며, 알맞은 어휘를 적절히 구사하는 등 언어생활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또 이 시험이 합격자에게 일정한 자격을 인정해주고, 그 자격이 입학, 취업 등에서 공적인 자료로 쓰이는 이상 공신력과 공정성, 타당성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단체마다 임의로 정한 한자 등급 분류를 일정한 기준으로 통일할 필요가 있다. 등급의 상ㆍ중ㆍ하는 사용빈도의 많고 적음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타당한 것임에도, 획수가 적은 것은 하위의 급수에, 획수가 많은 것은 상위의 급수에 기계적으로 배열을 하는 등 자의적으로 배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획수가 적다고 쉬운 한자는 아니고, 획수가 많다고 어려운 한자인 것도 아니다. 사용빈도가 높으면서 개념이 쉬운 한자어는 아무리 획수가 많다고 하더라도 하위 급수에, 사용빈도가 낮으면서 개념이 어려운 한자는 아무리 획수가 적다고 하더라도 상위 급수에 배열해야 할 것이다. 즉 한자의 획수가 아니라 한자어의 사용 빈도에 따라 등급 분류를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또 시험 문제의 유형은 단순히 한자의 음과 뜻을 묻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과 회사 업무 등에서 한자와 한자어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가를 측정하고 평가하는 문항으로 만들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단순히 한자를 얼마나 많이 아느냐보다는 생활에서 많이 쓰고 있는 한자어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활용할 줄 아는가를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명학 <성균관대 한문교육과 교수< p>성균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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