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에서 뜸과 산후 조리용 약재로 쓰는 ‘참쑥’의 이름은 여러가지다. ‘부엉다리쑥’ ‘몽고쑥’, 어느 때는 ‘인도쑥’이라고도 불리는데, ‘산분쑥’ ‘광대쑥’이라는 이름도 있다.
“이중 자료에서 처음 표준명으로 등장하는 게 참쑥입니다. 1949년 정태현, 도봉섭, 심학진 공저로 나온 ‘조선식물명집’에서죠.”
식물학자 이우철(70ㆍ사진) 강원대 명예교수가 5,000종에 가까운 국내 고등식물군의 이름을 이명(異名)과 속명(俗名)에다 표준명칭으로 밝히고, 그 기원까지 설명해 ‘한국 식물명의 유래’(일조각 발행)를 냈다. 남북한과 중국 옌볜(延邊) 조선족자치주에서 사용하는 관속(管束) 식물의 명칭을 정리해 1996년에 낸 ‘한국식물명고’에 식물의 가짓수를 더하고, 어원까지 추가했다. 일본에는 이런 종류의 책이 여러 권 있지만 국내는 처음이라고 한다.
“식물은 지역이나 외래어 표기방식에 따라 비슷하면서도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경우가 흔합니다. 또 한글 맞춤법이 변하고 반세기 이상 남북 왕래가 끊어지면서, 혹은 학자들이 잘못 적는 바람에 이름이 달라지기도 하고요.”
지금은 ‘앵두나무’ ‘벚나무’가 표준이지만 유래를 찾아보면 ‘앵도나무’ ‘벗나무’를 먼저 썼다고 한다. 이 교수는 “식물 이름은 고유명사인데 먼저 쓴 것을 표준명칭으로 정해야지, 표기법이 바뀌었다고 고치는 건 옳지 않다”고 말한다. ‘조선식물지’ ‘조선식물원색도감’ 등 북한 식물분류책이나 ‘한조식물명칭사전’ 같은 옌볜 지역의 책까지 참고해 정리한 것은 “식물이름의 이질화를 조금이라도 막아야겠다”는 생각에서다.
50년 가까이 산과 들을 누빈 그는 요즘 당시 정리해 놓았던 기록과 다른 학자들의 자료를 토대로 식물분류 자료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라틴어 학명으로 우리 식물명을 처음 기록하고 소개한 자료들을 모은 ‘원전 한국식물명 모음집’(가제)도 준비하고 있다.
김범수 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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