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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어버이날엔 아버지께 카네이션 달아드렸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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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어버이날엔 아버지께 카네이션 달아드렸으면…

입력
2006.01.16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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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북자가족협의회 회장 최우영(36ㆍ여)씨는 15일 오후 경기 파주시 임진각에서 아버지를 떠올리며 하염없는 눈물을 흘렸다.

아버지 최종석(61)씨는 꼭 19년 전인 1987년 1월15일 서해 백령도 인근 해안에서 북한 경비정에 의해 납북된 동진호의 어로장이었다.

우영씨는 지난해 10월 아버지 환갑을 앞두고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환갑상이라도 차려 드릴 수 있게 해달라’며 공개서한을 보냈다.

또 아버지를 끝까지 기다리겠다는 표시로 임진각 인근 소나무에 노란손수건 400개를 내걸기도 했다. 하지만 남과 북 어느 쪽도 동진호 선원 12명을 비롯한 납북자 문제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우영씨는 “17세 소녀가 이제 36세가 됐지만 아직도 아버지를 기다리는 애타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며 한국일보와 청와대에 노무현 대통령 앞으로 보내는 편지를 전달했다. 최씨의 편지를 요약, 소개한다.

“노무현 대통령님! 북단 현실 때문에 배달 될 수 없는 편지임을 알면서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보내는 서한을 일간지에 실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환갑상을 차려 드리고 싶었던 딸의 소망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북한으로부터 돌아온 건 ‘납북자는 없다’는 메시지뿐이었습니다. 동진호 최종석이라는 이름의 납북자가 북한에 존재한다는 사실은 국내ㆍ외에서 이미 알려진 사실인데도 말입니다.

대통령께서도 사랑하는 따님을 두셨기에 제 심정, 그리고 북한에서 통한의 세월을 살고 계실 제 아버지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아실 겁니다. 아버지는 2000년 수용소에서 풀려난 뒤 건강이 좋지 않으시다고 합니다.

사실 살아가실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세상은 많이 바뀌어 한 사람의 인권이 국익보다 우선하는 시대입니다.

김대중 정부도 비전향 장기수들을 인권차원에서 북송했습니다. 이제는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대통령을 만날 때입니다. 부디 간청 드립니다.

아무리 퍼내도 마르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건 부모가 자식을 생각하고, 자식이 부모를 그리워하는 마음임을 19년 세월 속에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어찌 글과 말로 다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북한이 무슨 말을 하더라도 대한민국은 국민 최종석을 아직 잊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십시오. 올해 어버이날에는 제게도 카네이션을 달아드릴 수 있는 아버지가 제 곁에 계셨으면 하는 희망을 품어봅니다.”

동진호 사건이란?

1987년 부산 선적 동진 27호가 백령도 인근 해안에서 북한 경비정에 의해 납북된 사건. 북한은 납북 이후 1주일여 만에 선원 12명 전원 송환 방침을 밝혔지만 김만철씨 탈북 사건이 터지면서 입장이 급선회했다.

급기야 98년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동진호가 간첩선이라고 발표하고 송환을 거부했다. 이후 이산가족 상봉이 시작되면서 선원 가운데 강희근, 김상섭, 양용식씨가 남측 가족과 상봉하기도 했다.

안형영기자 promethe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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