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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마비 이대우 시인 왼손검지로 새해 메시지/ "몸은 비록 산맥처럼 누워있지만 희망의 詩語는 산맥처럼 솟구치죠"

입력
2006.01.16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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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비록 산맥처럼 누워 있지만, 내게 없는 것보다 남아 있는 것들이 훨씬 많다.”

혼자서 몸을 뒤집을 수도 없고 말을 할 수도 없는 전신마비 시인이 새해 벽두에 띄우는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이다.

전남 목포시 대양동 소망장애인복지원에서 생활하는 뇌성마비 장애우 이대우(49) 시인은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왼손검지 손가락 하나로 세상을 향한 간절한 소망과 그리움을 날마다 일기 형식으로 적고 있다.

그는 생후 3개월부터 심한 고열 때문에 걷지도 말하지 못하는 육신의 고통이 천형처럼 드리워졌다. 걸어본 적도 없고 학교 문턱에도 가본 적이 없다. 그러나 독학으로 글을 깨우치고 세상이 너무 그리워 펜을 들었다.

“물 한 잔을 스스로 떠서 먹을 자유가 없는 저는 회초리 끝에 주전자를 고무줄로 칭칭 감아 밖으로 드리워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물을 어렵게 받아 마신 적이 있는데 그 때 그 물이 꿀 물 보다 더 달았습니다.” 그가 털어 놓는 가슴 아픈 추억이다.

1974년부터 시를 쓰기 시작한 그는 한 독지가가 기증한 컴퓨터를 통해 최근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웃음을 아름다운 시어(詩語)로 한 올 한 올 엮어가고 있다.

그는 “밤하늘은 별을 보석같이 빛나게 하며, 삶의 고난은 시가 되어 기도가 되어 부끄럽지 않는 흔적이 된다”면서 “나의 웃음은 기쁨의 노래도 행복한 외침도 아닌 단지 모든 사람들에게 드리는 위로와 기도일 뿐”이라고 했다.

1999년에는 한 뇌성마비 장애우가 발로 그림 그리는 모습을 보고 그림에도 도전해 그의 작품이 엽서로 제작되기도 했다.

1957년 경북 경주에서 출생으로 서울 서초동 장애인 시설을 거쳐 목포로 내려온 시인은 ‘나의 웃음 이야기’(1997년)와 ‘영혼의 큰 그릇’(2002년)이라는 2권의 시집을 냈다. 지난 해에는 수레바퀴 문화진흥회 문학상 대상에 당선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는 “자원봉사자 도움을 받아 한 달에 1~2번 외출도 한다”며 “고마운 후원자가 있다면 세 번째 시집을 발간하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목포=김종구기자 so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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