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악들은 모두 갖췄네요.”
15일 시작된 칠레 결선투표에서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 당선이 유력한 집권 중도좌파연합의 미첼 바첼렛(54·사진) 후보가 지난해 11월 던진 농담이다.
남성 우월주의가 뿌리 깊은 보수적 가톨릭 국가 칠레에서 여성으로 두 차례나 이혼을 했고 세 자녀를 키우며 사회주의를 신봉하고 있는 자신을 설명한 것이다. 칠레는 2004년에야 이혼이 합법화됐을 정도다.
1951년 수도 산티아고에서 태어난 바첼렛은 75년 1월 어머니와 함께 악명 높은 빌라 그리말디에 수감돼 혹독한 고문을 당했다.
공군 장성인 아버지가 73년 쿠데타를 일으킨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에 반기를 들며 살바도르 아옌데 좌파 정부를 지지했기 때문이다. 아버지도 그 해 수감돼 고문을 받다가 6개월 만에 숨졌다.
10대부터 ‘사회주의 청년단’에 가입한 바첼렛은 수주일 만에 풀려났지만 결국 75년 조국을 떠나 호주로 도망쳐야 했다. 이후 동독에서 소아과 의사로 일하던 그는 79년 아들과 함께 귀국해 사회당에 입당했다.
바첼렛은 90년 피노체트 독재정권이 막을 내린 후 본격적으로 미국 워싱턴에서 군사전략 분야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2000년 그를 보건장관에 임명했던 리카르도 라고스 현 대통령은 2년 뒤에 남미 최초로 여성 국방장관 자리를 맡겨 힘을 실어줬다.
그는 “장관들의 절반을 여성으로 채우겠다”는 등 당선되면 취임 100일 동안 여성의 권리 강화를 위해 진행할 36개의 캠페인을 공약해 여성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경제발전의 혜택을 받아야 한다”며 시장경제의 골격 안에서 좌파적 복지정책을 강력히 추진할 계획도 밝혀 820만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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