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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진 20일부터‘나쁜 아이콘’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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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진 20일부터‘나쁜 아이콘’展

입력
2006.01.16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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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가족이 닮은 점은 절대적인 믿음과 애정을 토대로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겹 벗겨보면 ‘절대성’ 만큼이나 공허한 개념도 드물다.

김은진씨가 20일부터 일민미술관에서 여는 개인전은 작가의 오랜 탐구 대상이었던 ‘종교’라는 외피 아래 가족에게 가해진 상처와 혼돈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키치적 감성의 평면 회화들이지만, ‘가족이 곧 종교’였던 한 시대의 황혼을 엿보는 것처럼 스산함이 느껴진다.

개인전의 주제는 ‘나쁜 아이콘ㆍThe Wicked Icon’이다. 가톨릭의 각종 제의와 성상들을 비틀고 왜곡한 그림들은 언뜻 종교의 성스러운 본성 이면에 담긴 인간의 탐욕과 폭력을 빗댄 것 같다.

한 손에는 피를 묻히고 다른 손에는 순결한 흰색 면장갑을 끼고있는 성모상이 대표적이다. 분열된 자아를 드러내듯 성모의 얼굴은 파편화했다.

숭고한 인류애의 상징인 교황의 뒷모습은 초호화 달마시안종 개가죽 외투로 인해 아이러니에 빠진다. 6등신의 아기 성인상은 루이비통의 로고가 선명한 가운을 걸치고 있다.

기복과 주술성을 내세운 민간 신앙에 이르면 성스러움으로 가려진 가족의 진실은 더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옆면에 가계 구성원들의 이름을 써놓은 베개를 차곡차곡 쌓아올린 그림 ‘김씨 베개 축복도’는 전면에 무겁게 드리운 회색 커튼과 차가운 대리석 침상을 배치해 가족의 행복에 대한 기원을 흡사 무대극처럼 비현실적인 것으로 만든다.

‘김씨 가족 인형도’는 아이로 연결돼 있으되 언제나 서로 다른 방향을 볼 수 밖에 없는 젊은 부부의 간극을 냉담하게 보여준다.

또 ‘살림의 성직자’에서는 하녀 복장에 앵무새의 얼굴을 한 반인반수의 인물을 통해 가족내 여성의 존재 가치를 되묻는다.

종교와 가족의 상징물들을 종횡무진 오가며 성과 속, 탐욕과 자비, 폭력과 구원의 이중성을 교묘하게 표현하던 작가는 끝내는 거대한 붉은 색 커튼 저편으로 숨는다.

이중 삼중으로 쳐진 커튼 아래 쪽에 주저하듯 서있는 맨발을 그려놓고 작가는 “모든 여자들은 마음 속에 다 저런 빨간 커튼이 있지 않느냐”고 말한다.

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김씨는 미국 뉴욕에서 커뮤니케이션아트를 공부했다. 메시지가 강한 그림은 이 때 확립했다.

김씨는 “종교나 가족 모두 안식처인 동시에 배반과 상처의 근원이라는 이중성을 갖고있다”며 “절대적 관계에 대한 내 안의 혼란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시는 2월19일까지 계속된다.

(02)2020-2055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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