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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워낭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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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워낭소리

입력
2006.0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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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도 산길을 걸으면 어디선가 딸랑 딸랑 워낭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그래서 눈길에도 뒤를 돌아보고, 단풍길에도 뒤를 돌아본다.

그 워낭은 우리집 암소의 목에 매달려 있었다. 걸음을 옮길 때에도 딸랑거렸고, 외양간에서 먹이를 먹다가 크게 고개를 돌릴 때에도 딸랑거렸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워낭 소리만 듣고도 지금 소가 무얼 하고 있는지 알았다.

우리도 여름이면 산에 소를 먹이러 가 울창한 숲 속에 소를 풀어놓고 워낭 소리로 지금 소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았다. 누가 밤에 몰래 외양간에 와서 소를 끌고 간다 해도 워낭 소리로 식구들 모두 잠이 깰 것이다.

또 워낭과 똑같은 놋쇠방울은 소 목 말고도 곳간 문 안쪽에도 달려 있었다. 그래서 아무리 살며시 곳간 문을 열어도 딸랑, 하고 방울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바깥에서 들어오는 도둑을 단속하기 위한 경보음이기도 하지만, 한 집안의 ‘인쥐’를 단속하는 경보음이기도 했다. 아주 예전에는 시어머니가 며느리의 곳간 출입을 그 방울로 단속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어디에도 워낭도 방울도 없다. 오직 백석의 시와 박인환의 시 속에서만 딸랑 딸랑 워낭 소리가 들린다.

소설가 이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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