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연속 최대 매출기록을 경신해온 포스코가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했다.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포스코가 ‘비상경영’이라니 의아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제 발표된 올해 경영계획은 비상경영의 불가피성을 잘 설명해 준다.
포스코는 지난해 매출 21조, 영업이익 5조, 순이익 4조원을 넘는 사상 최대의 경영실적을 올렸다. 그러나 올해에는 철강 불황기 도래와 중국의 저가 철강재 대량 공급으로 경영환경이 극도로 악화할 것으로 보고 장기적 성장기반을 다지기 위해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했다.
포스코 뿐만 아니라 현대ㆍ기아자동차 삼성전자 등이 ‘비상경영’이라는 용어만 쓰지 않았다 뿐 사실상 비상체제를 갖춘 데 대해 주목한다.
우리의 대표 기업들이 앞서 위기의식을 갖고 대응에 나섰다는 것은 일반 기업과 정부에 많은 것을 시사한다. ‘잘 나갈 때 조심한다’는 차원을 넘어 앞으로 닥칠 예사롭지 않은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필생의 몸부림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포스코의 비상경영은 철강업계가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불황의 골짜기’(이구택 회장 신년사)로 접어들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판매기록에서 푸조-시트로앵을 제치고 세계 7위로 올라선 현대ㆍ기아차 역시 올해를 일류메이커로 도약하느냐, 경쟁에서 밀려 도태되느냐의 기로로 인식하고 있다.
“자발적 임금동결을 선언하지 않으면 GM처럼 몰락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던 김동진 현대차 부회장이 최근 ‘마른 수건도 다시 짜라’며 긴축경영을 당부한 것이나, 기회 있을 때마다 위기의식을 강조해온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올해를 가장 힘든 해가 될 것으로 예견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을 수 있다.
‘농부는 풍년보다 흉년에 더 많은 것을 배운다’고 했다. 잘 나갈 때일수록 위기에 미리 대비하는 지혜로운 지도자 경영자가 늘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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