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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조영래 평전 "진실이 그의 심장을 두들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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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조영래 평전 "진실이 그의 심장을 두들겼다"

입력
2006.01.14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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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열정으로 불꽃 같은 삶을 살다 마흔 셋의 나이에 죽음을 맞은 변호사 조영래. 그가 떠난 지 어느덧 16년이 흘렀지만 고인을 추억하는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그를 가슴 속에 품고 있다.

그의 대학 1년 후배로, 서울대 법대에 재직중인 안경환 교수도 그 가운데 한 명이다. 조영래 변호사와 같은 길을 걷지 않았고, 그렇다고 반대의 길로도 가지 않았던 그가 5년 여의 준비 끝에 ‘조영래 평전 – 세상을 바꾼 아름다운 열정’을 냈다. 유고집 ‘진실을 영원히 감옥에 가두어둘 수는 없습니다’(1991) ‘조영래 변호사 변론 선집)(92) 등이 그의 사후 출판됐지만 평전은 처음이다.

조영래는 어떤 사람인가. 안경환 교수는 고인의 가족과 친구, 사회에서 만난 많은 동료의 증언을 바탕으로 그의 일생을 복원하고 있다. 조영래 변호사는 무엇보다도 뜨거운 사람이었고 폭 넓은 사람이었다.

경기고 재학 시절 한일 회담 반대 시위로 정학 처분을 받은 적이 있으며 수석 합격의 영예를 안고 입학한 서울대에서는 내내 학생 운동의 지도부로 활약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법시험을 준비하던 그는 청계천 노동자 전태일이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며 자신의 몸을 태우자(1970년 11월 13일) 병원으로 달려가 서울법대 학생장을 주선하고 선언문을 작성한다. 법을 통한 사회 개혁을 꿈꾸던 그는 다시 사법시험 준비에 들어가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 비교적 짧은 시간에 합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법연수원 재학 중 ‘서울대생 내란 음모 사건’으로 장기표 이신범 심재권 등과 함께 구속돼 1년 6개월간 복역한다. 74년부터는 민청학련 사건으로 수배돼 무려 6년간 도피생활도 했다. 그러나 이 기간 중 그는 훗날 많은 사람을 울리고 분노케 한 그 유명한 ‘전태일 평전’을 남긴다.

안경환 교수는 인권 변호사, 공익 변호사로서 조영래의 활동을 가장 높게 평가한다. ‘부천서 성고문 사건’ ‘망원동 수재 사건’ ‘여성 조기 정년제 사건’ 등을 변론하는 과정에서 조영래가 보여 준 열정과 치밀함을 기억하면서 저자는 폐암 때문에 갑자기 꺾인 그의 열정과 꿈을 못내 아쉬워한다.

저자는 조영래의 통합력도 높이 샀다.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입장을 중재, 조정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는데 이 때문에 출판인 박종만은 조영래가 떠난 뒤 사석에서도 논쟁을 말려줄 중재인이 없다며 아쉬워했다. 그 같은 통합력은,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과도 즐겨 만나는 폭 넓은 인간관계에서 비롯됐다.

조영래는 자타가 공인하는 보수 논객 조갑제와도 85년부터 교류했다. 조갑제는 겸손ㆍ신중ㆍ균형감각을 갖추고 동양 고전에 대한 이해가 깊으며 교양이 풍부하고 설득의 자세가 진지한 지식인으로 조영래를 표현했다.

책은 4ㆍ19혁명에서 6월 항쟁에 이르는, 조영래의 생애와 겹치는 격동의 한국 현대사를 함께 담고 있다. 한 인간의 삶이 시대와 분리될 수 없다는 규범적 진리를, 안경환 교수는 조영래를 통해 새삼 보여주려 한 것이다.

그런 가운데 줄담배를 즐기고, 술을 못하면서도 술자리는 끝까지 지켰으며, 낙서를 좋아하고, 불교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으며, 등록금을 제때 못내 학교 게시판에 이름이 올랐을 때 이를 북북 찢어버린 인간 조영래의 면모를 놓치지 않는다. 이와 함께 아내 이옥경, 주례 홍성우 변호사, 전태일의 어머니 이소선, 대학 은사들, 많은 동료와의 인연도 풍부하게 소개한다.

조영래의 비범함을 드러내면서도 부질없는 영웅 만들기를 경계한 저자의 신중함이 전해진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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