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메트로(옛 서울지하철공사) 노조인 서울지하철노조(위원장 김종식)가 서울과 평양의 지하철 교류사업을 추진키로 북한 당국과 합의, 월권행위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12일 서울지하철노조와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이사장 최병모)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4일 이성일 노조 수석부위원장 등이 방북, 개성에서 평양철도국과 남북 지하철 교류사업을 추진하기로 합의한 후 의향서를 교환했다.
이 자리에는 북측의 대남창구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민족화해협의회 간부들과 남측 채널인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김이경 사무총장이 참석했다.
당시 양측이 합의한 의향서는 서울메트로와 평양철도국이 6ㆍ15공동선언 취지를 살려 교류협력을 강화하고, 조만간 실무협의를 개최해 구체적인 교류방안을 논의한다는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평양철도국은 서울지하철노조에게 전동차 정비공구와 케이블, 작업복 등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고 서울지하철노조는 평양지하철에 대한 기술적ㆍ물적 지원협력 의사 등을 밝혔다.
하지만 서울메트로는 “당시 노조의 방북 사실도 몰랐고, 지금까지도 어떤 내용의 합의가 있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강경호 서울메트로 사장은 “(노조의 방북과 교류협력 합의 사실에 대해) 공사와 사전에 전혀 논의된 바 없다”며 “현재로서는 북한과 교류할 계획이나 필요성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메트로 내부에서는 노조의 이 같은 행동은 사측의 입장을 무시한 부적절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사측의 특정 간부와 구두로만 논의한 내용을 갖고 마치 사측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것처럼 대북교류에 나선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고 향후 대북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의 입장은 애매하다. 김이경 사무총장은 “서울메트로와 평양철도국이 교류하는 사업이 아니고 서울지하철노조가 북한을 도와주는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노조의 대표성 문제를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성일 서울지하철노조 수석부위원장은 “평양지하철과의 교류사업은 2005년 노조 사업계획으로 노사간 공식 테이블에서 논의된 사안”이라며 “평양지하철과 자매결연을 하기 전에 원칙적인 합의를 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동종업종이라는 특성상 조합원들에게 견문을 넓힐 기회를 제공하고, 평양철도국과 상호협력할 수 있는 조건들을 많이 갖고 있다는 판단에서 방북했으며 앞으로도 노조가 할 수 있는 일을 차차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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