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 조건도 좋고 하려는 의지가 대단한 만큼 3~4년 훈련을 받으면 프로에서도 통할 수 있을 만한 가능성을 갖고 있습니다.”
국내 유일의 청각장애인 야구단인 충주성심학교를 올 2월 졸업하는 4번 타자 장왕근(19)은 지난달 초부터 국제디지털대 야구부에서 합숙훈련을 하며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국제디지털대 야구부는 프로나 대학에서 받아주지 않은 17명의 무명 선수로 이뤄진 신생팀. 특히 프로야구 초창기 삼미 슈퍼스타스의 패전처리 투수로 활동해, 영화 소재까지 됐던 감사용씨가 지휘봉을 잡아 지난해 12월 창단 때부터 화제를 모았던 팀이다.
사실 수화 외에 대화가 어려운 장왕근에게 일반 대학 야구팀 진학은 큰 도전이고 팀으로서도 모험이다. 치고, 달리고, 수비하는 모든 것이 개인기 뿐만 아니라 팀워크에 따라 이뤄지는 만큼 ‘부족한 2%’가 ‘20%’가 될 수도 있는 노릇이다.
감 감독은 그러나 “충주성심 때보다 몇 배 더 강도 높은 훈련을 받고도 왕근이가 씩씩하게 견뎌내고 있다”며 “동기들과 문자메시지도 주고받는 등 친화력도 좋고 눈치도 빨라 팀워크에 문제가 없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신장 182㎝, 몸무게 87㎏의 훌륭한 신체 조건을 갖춘 장왕근은 장애인특례로 일반회사 취업을 할 수도 있었지만 야구 인생을 살기로 결심, 충주성심학교를 졸업하는 동기생 8명 가운데 유일하게 야구를 직업으로 선택했다. 그러나 프로 2군 도전에 실패했고 결국 감 감독이 이끄는 ‘외인구단’에 둥지를 틀었다. 부모도 청각 장애인인 어려운 형편에서도 이를 무릅쓰고 큰 도전에 나섰던 것. 이 때문에 한 달에 50만원씩 드는 훈련비 부담으로 마음 고생이 심했는데 다행히 사회인 야구단인 웅진코웨이 야구단에서 매달 30만원씩 지원을 받기로 해 한시름을 놓았다. 감 감독은 “뛰어난 자질을 갖춘 왕근이에게 마음 놓고 운동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제디지털대 야구부는 부원 17명 중 절반 이상이 훈련비를 내지 못할 만큼 집안 형편이 어려운데도 외부 지원조차 받지 못해 팀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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